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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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깔린 산비탈
가파른 골짝을 지나서
설한풍 달래며 넘던 야시고개
희뿌연 안개 속을 맴돌다가
거센 덫에 걸려 둥지를 잃고
산새처럼 훌쩍 떠나야 했던
절박한 삶의 그 질곡 속에서
멍든 바람 불어올 때마다
까맣게 그을린 세상이 흔들렸다
숨어 우는 달빛 너머로
오지 않은 일출을 기다리며
마른 가슴팍 짙게 톱질하던
장대비 쏟아지는 빗발 속에서
설움이 밀물 끝에 와 닿을 때
허기진 빈촌의 시름을 끌어안고
명주실 같은 질긴 뚝심 하나로
목발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천둥소리에
산 40번지*는 옹이진 세월의 그림자를 지운다.
*산 40번지(부산시 북구 구포 뒤 산, 야시고개): 백양산 자락에 위치한 지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