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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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포에는 지중해만한 거울이 있다
거울 속에 배가 다니고
거울 속에 고래가 코를 골고
거울 속에 치마가 모란꽃처럼 휘날리고
거울 속에 만남이 밀려오고
거울 속에 이별이 흘러 간다
거울 속에는 초등학교 운동회날 아이 같은 멸치 떼들이
줄지어 모였다 흩어졌다 군무(群舞)를 추며
파도에 부서진 사금파리 같은 눈으로 반짝인다
장승포 사람들은 삼밭〔麻田〕에서 짠 모시수건으로
새벽마다 거울을 닦고 해는 동백으로 피어 오르고
장승포 처녀들은 볼에다 동백전(煎)을 부친다
뜨겁기도 하거니와 달기도 하다
장승포 처녀들은 입술에 동백물을 들여 말끝마다 단내가 나고
그 입술을 그냥 보고 지나는 남자는 아무도 없다
사내들은 말을 걸고 제 입술에다 단내를 묻혀 바다로 떠난다
장승포에서는 바다가 노래하고 바위가 장단을 맞춘다
장승포에서는 바다가 노래하고 언덕이 꽃춤을 춘다
장승포에서는 가만이 서 있나 소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장승포에서는 노래 못하는 바람은 불어오지도 못한다
거울 속으로 떠난 그 사람을 찾아
거울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신발을 벗어보지 않은 연인이 있을까
장승포 골목 골목에는 사랑하지 못하고
요절한 동백꽃은 한 송이도 없다
장승포 거울 속에는 붉지 않고 떠내려간
동백꽃은 한 잎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