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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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겨울의 암실에서 나온 삼월
들판이 노랗게 인화되었다
흙의 이력이 적힌
유채꽃이 떼지어 바다를 건너오면
설문대할망 손에 심어진 뿌리가 태동을 느끼고
출산을 시작했다
풀잎은 흙을 뚫고 나와 키를 다툰다
초침에 보폭을 맞춘 봄볕의 속도
찬 겨울이 몸 안의 봄물로 영산홍을 가봉해 두었다
삼월이 재단을 서두른다
여러 겹의 꽃잎을 입을 나무들
옷을 벗었던 맨살에 빛깔과 향기를 껴입을 것이다
봄바람이 남에서 북쪽으로 달리는 동안
분침과 초침이 하루의 봄볕을 다툰다
어두운 기억이 남아
한동안 암실에서 가난을 인화하지 못한 우리와 달리
부풀어 오른 꽃들의 반란으로
온 세상이 환하게 인화되고 있다
꽁꽁 언 저 동강(東江)도 겨우내 암실이었다
봄의 입김이 그 강을 열면
물고기도 튀어 오를 것이다
벽에 걸어둔 달력에 봄비가 내리면
꽃들의 표정이 바뀌고 잎은 무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