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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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으내 수천수만의 이별을 하고
시린 가슴조차 없는 가로수
겨울 해는 짧았다
수선스럽던 골목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왕궁으로 사라졌다
어둠을 걷어 올리는 가로등이 켜지고
길가 트럭 장사를 끝낸 어떤 이가
주섬주섬 노곤한 하루를 접는다
무표정한 어깨 위로
흔들리는 달빛이 오브리처럼 흐른다
그가 돌아가는 곳이 남루해도 괜찮다
높은 담벼락과 사립문이 없어도 좋다
어둠을 밝히는 작은 등불과
따뜻한 된장찌개 김치 하나
그를 기다리는 아내의 잔잔한 미소가 있는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다
점점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빨간불이 켜지는 트럭마저도 골목을 떠나갔다
짙은 침묵이 흐르는 거리에는 오늘 하루 마감이라는
찬 바람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