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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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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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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속이 텅 빈 꽃을 아는가
어떻게 물을 올려내어 피웠는지
향기를 잃지 않은 암술과
흐느적거리며 견디는
호리호리한 줄기 위로
치마는 무심하게 펄럭이고 있다

 

너는 콧노래를 부르는 나르시스 꽃잎 
굳이 자신감을 보이지 않아도
가슴을 한껏 내밀지 않아도
오솔한 길 위를 맘껏 거니는
거룩한 들꽃이라고 불러줄 텐데

 

너는 꺾이는 운명을 기다리며
기어이 그렇게 되고야 말 것이라고 
눈부시게 서 있는 나르시스 꽃잎 
너를 향한 내 손끝이 이내 시려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다

 

너는 뭉텅 잘린 채
해동 덜 되어 퀴퀴한 절벽 등줄기 따라 
저 아래 삼월의 강물로 흩뿌려
낙화의 순간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고 싶은 나르시스 꽃잎

 

이제야 알겠구나
힘든 세상 다 이겨내진 못하더라도 
한 번이라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가장 슬픈 꽃잎으로 기억되고 싶은 
너는 정말 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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