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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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하지도 않았는데
기억 하나가 찾아왔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허름한 돌담
그 아래 한 아이가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움켜쥐고
쪼그려 앉아 있다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따뜻한 핏물이 흘렀다
작두날 가는 아버지를 보고
몰래 따라 해 본 순간
정말 찰나였다
손가락에 아버지가 갈아놓은
작두날이 스쳤다
손가락을 움켜쥐고 앉은 돌담 밑은 따뜻했고
자꾸 졸음이 왔다
아픔보다 야단맞는 일이 더 두려웠던 봄날
돌담 아래서 잠들었던 아이는
백발이 되었는데
손가락 하나는 아직
그 해 봄날에 멈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