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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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몸이 젖은 바다가
창백한 하늘을 올려다 보고있다
바다는 물안개 끝에서
구부정한 허리의 낮은 말들을
비릿한 언어로 가만히 건네는데
낮잠 속을 다녀간 선한 꿈 이야기를 하다가
간간히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경쾌한 포말의 깊은 호흡으로 대답하고
다시 굳게 입을 다물고 잠이 들기도 한다
두달전엔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의 수다에
하루낮도 까딱 까딱 짧았었다
해변 모래 속에 새겨 놓은 짧은 고백엔
어떤 사연의 간절함이 있었을까?
마주쳤다가
뒤를 보이고
또 다시 달려와서 와락 안았다가
허물어진 채 멀어지는 바다는
조각조각 멀어지는 인연의 얼굴들처럼
선명하다가 희미하게 사라진다
바다 위에는 아는 얼굴들이 둥둥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