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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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늘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온다
겨울을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문득 창을 여니 빛이 한 칸 앞선다
나는 아직 지난 계절의 삶을 정리하지 못했는데
새싹들은 이미 침묵을 깨고 있다
봄은 묻지 않는다
괜찮아졌는지 잘 견뎌냈는지
다만 살아 있는 것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연약한 것은 연약한 방식으로
굳은 것은 굳은 방식으로
꽃은 서두르지 않고 피고 지고
바람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봄 앞에서는 잘 살아온 사람보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더 정직하다.
나는 오늘 완성 대신 시작을 선택했다.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숨 쉬는 쪽으로
이 계절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절망이 아니라
다시 견딜 수 있다는 희망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