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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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하고
하늘 아래 가장 신성한 땅
빗살무늬 도끼를 거머쥔 사내들이
동굴 앞에 모였습니다
둥~ 두두둥 둥둥
멀리서 들리던 북소리가 점점 다가옵니다
바람이 먼저 무릎을 꿇고 구름이 입을 닫습니다
그 누구도 이 땅을 먼저 밟지 않았습니다
자꾸 흔들리는 건 내 안의 망각입니다
도끼를 들고 선 산는 내 조상일 수도
내가 묻은 나 일 수도 있습니다
불이 지펴지기 전 눈이 내리고
눈 속에서 한 마리 흰 사람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는 말을 하지 않고 다만
가슴으로 숨을 쉽니다
그 숨결은
천지 깊은 곳의 물결과 닿아 있습니다
누군가 이마에 흙을 찍어 바르고
누군가 도끼를 천천히 들었다 놓습니다
의식은 단순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몸짓 하나
사라진 이름을 다시 부르는 손동작 하나
그 순간 백두는 몸을 떨었습니다
하늘은 귀를 기울였고
땅은 입술을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소리 없는 벼락처럼 한 문장이
내 안에 새겨졌습니다
너는 돌아왔다
그 말이 심장 대신 뛰었고
그날 이후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