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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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벽 위의 액자는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지
가까이 가지 마세요 만지지 마세요
여기는 침묵이 말을 하는 장소
고요한 냄새가 흐르는
핀 조명 아래 관람객은 도슨트를 따라
반도네온의 주름처럼 열렸다 닫히곤 했지
벤자민의 시계처럼 거꾸로 가는 생성과 소멸의
시침은 빠르거나 느리거나, 돌아가고
그는 그림을 글로 말하고 있었지 수없이 쏟았던
물감의 잔해 위에 오래된 열망 위에
침묵의 온도와 습도는 비스듬하게 유지되고
전시관 입구
올이 풀린 천이 현수막처럼 걸려 있었는데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지
(어쩌면 그림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늘어진 천 아래 그림자는 액자가 되고 싶었나 보다
올이 풀린 그림자가 나를 보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