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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파문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영희(중랑)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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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네가 있어 살아갈 힘이 난다는,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내가 한 사람에게 주는 사랑은 여러 사람에게 물들어 간다.
빨간 카네이션이 가슴에 진하게 다가오는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카네이션의 달’이기도 하다. 5월에는 부모님과 선생님 가슴에 예쁜 카네이션 하나쯤 달아 드리는 달이다. 그래서 우리네 발걸음은 조금 바쁘지만 마음은 풍성해진다.
아이들이 어릴 때 하나씩 만들어 가슴에 달아 주었던 색종이 카네이션과 감사 편지가 열어 본 서랍 속에서 가슴 뭉클하게 한다. ‘결혼하지 않고 항상 엄마 곁에 있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는 초등학생 딸의 편지에 내 눈이 동그레졌다. ‘아니 언제 이런 편지를 썼어?’ 분명 받아서 서랍 속에 간직하고 있었지만 처음 읽는 듯하여 웃음이 나왔다. 세 자녀를 키우느라 힘들어 보였을 엄마를 평생 곁에서 위로해 주고 싶었나 보다. 지금은 아이 낳고 잘살고 있는 딸에 푸후! 하고 웃음이 터졌다. 
엄마 펭귄이 약 45일간 굶어가며 알을 낳으면, 아빠 펭귄은 새끼 펭귄이 알을 깨고 나올 때까지 눈 이외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영하 40도 이하 강추위에 맞서며 알을 품는다. 바다에서 멀리 이동하여 먹이를 찾아 떠났던 아빠 펭귄은, 배에 먹이를 가득 채우고 다시 헤엄쳐서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무거운 몸으로 거친 파도를 헤치고 돌아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펭귄 아빠 배는 불룩 튀어나와 걷기도 힘들어 보인다. 바다에서 나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쉼 없이 뒤뚱뒤뚱 걸어 간다. 고기를 많이 잡아 올 아빠 펭귄만 기다리고 있는 암컷과 새끼들. 아빠 펭귄은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서,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며 암컷과 인사를 나눈다. ‘잘 다녀왔냐’ ‘잘 다녀왔다’, ‘수고 많았어’ ‘그래, 괜찮아’라고 몸짓으로 말한다. 아빠 펭귄은 입을 벌려 먹이를 토해 내거나, 입속의 물고기를 새끼들이 먹을 수 있도록 입을 크게 벌려 준다. 암컷과 수컷은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서 이 일을 교대로 하며 공동 육아를 한다.
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서 무거운 몸으로 물살을 거슬러 뛰어오르며,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서 알을 낳고 죽는다. 어미 연어는 먼 곳에서부터 거친 물살을 필사적으로 헤쳐 오르느라 지쳐서 알을 낳고 탈진하여 그대로 쓰러졌을 것이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도중에 잡아먹히는 연어도 있지만, 알을 보호하며 산란 장소에 간신히 도착한 연어의 몸은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혀서 상처투성이가 된다. 알을 지키기 위한 연어의 눈물겨운 몸부림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어미 연어는 부화한 새끼 연어들이 먹도록 자신의 살을 내어 주고,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뜯어 먹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어미는 앙상한 뼈만 남기고 사라진다. 자신의 몸까지 새끼들에게 다 바치고 떠나는 어미 연어의 마지막 삶. 연어는 알을 낳고 자신이 곧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평생 치열하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물들의 삶이 인간의 삶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낀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인간보다 못한 생물은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 산모가 전쟁 스트레스로 인해 아기에게 먹일 젖이 나오지 않아 ‘모유 기증’을 호소한다며,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는 뉴스가 가슴을 울렸다.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부모는 자식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며 키우고, 자식과 약 20년~30년을 함께 보내며 자립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다. 동물들은 새끼를 낳고 자식들을 바로 떠나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자식을 힘들게 낳고 정성을 다해 키워서 독립시키는 것이 세상 만물의 이치다.
부모의 모습은 무척 다양하다. 자식의 모습도 다양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즈음 뉴스에서는 친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고, 결국 최악의 상태까지 방치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또 자식이 부모와 다투다 부모를 다치게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요즘 시대가 부모에 대한 존경심과 자식에 대한 헌신이 많이 부족해져서일까. 현재 가족의 모습은 대가족에서 1인, 2인 가구로 바뀌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더 심해진 결과, 이제 ‘우리’보다는 ‘나’를 더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족의 관계는 정서적 친밀감과 돌봄 등의 누적된 시간에 영향을 받는데, 오늘날 정서적 가치를 잃고 물질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물질에 인간이 지배당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는 부모의 노력과 사랑이 필요하고 사회도 아이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주어, 부모와 사회가 함께 사랑과 노력으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가정이든 모든 것이 만족하기만 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없는 것에 불만 갖지 말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자’라고 가슴에 깊이 새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믿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살아가면서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다시 힘을 내어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있는가.
모든 가정에서 ‘네가 있어 살아갈 힘이 난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너야!’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과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은 모두 행복한 사람이다.
물 위에 던지는 하나의 작은 돌은 수면에 잔물결을 일으키고 주위로 넓게 퍼져 나간다. 사랑의 작은 파문은 그 주위를 점점 더 넓게 사랑으로 물들인다. 이 세상 곳곳에 ‘사랑의 힘’이 수채화 물감처럼 퍼져 나가기를.
이 텅 빈 세상에 ‘사랑의 바람’ 하나 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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