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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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극한의 땅 그린란드에서다>를 세계테마 기행을 통해서 보았다.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 순록의 가죽을 이용한 개썰매, 얼음 조각을 냄비에 넣어 녹여서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 바다표범을 총으로 사냥하여 가죽제품을 이용한 의류산업을 열어가는 극한의 땅, 삶을 보았다. 특히 인상적인 광경은 아이스평원의 빙하에서 15마리 개가 썰매를 이끌고 달려가는 설원의 발자국, 거대 빙산 절벽을 오르내리는 순록, 거친 환경에 야생 그대로 자연의 신비를 보았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비밀스런 삶의 모습들, 지치고 힘들 때, 참담한 현실 속에서 가슴 아픈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새해를 맞는 지금, 주변 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다. 여러 환란(患亂)의 깊은 현실 속에서 힘들고 어렵기만 했다. 그렇지만 예사롭지만은 않는 붉은 기운의 적토마가 넓은 들판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는 것이, 어쩌면 따듯한 희망과 기쁨을 안겨다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도 받는다.
신년 특별 새벽 집회 일주일간의 주제가 “나를 나의 높은 것으로 다니게 하옵소서! <성경 하박국 3:19>”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교회에서 높은 곳을 향한 하나님의 은총을 사모하며 이 말씀을 전하고 있다. 하박국 선지자는 기원전 7세기 말∼6세기 초, 앗수르 제국이 멸망하고 바벨론(갈대아)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는 전환기 때, 정치적으로 혼란하고 바벨론의 침략으로 위협을 받던 시기에, 사회는 강포, 불의, 약탈 등이 만연했고, 악인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어느 때까지’ ‘어찌하여’라고 하나님께 두 번이나 묻고 호소하는 기도를 드린다. 이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는 음성을 들려준다.
또한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함이니라’, 이는 세상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통치될 것의 예언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박국 선지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구원의 하나님을 신뢰하고, 감사하며 기뻐하겠다고 고백하며,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로다’라고 찬양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본다. 여기서 왜 사슴의 발이 등장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험한 바위산이나 절벽을 안전감 있게 달리는 사슴이나 산양은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염분을 섭취하기 위해 높은 적벽 바위산을 오르내린다고 한다. 바위틈에 굳어 있는 염분(소금)을 핥아 먹기 위해서란다. 이것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 하등 동물의 생존 모습에서 하박의 기도가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 높은 곳에 다니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발이 사슴과 같아야 한다고 하는 높은 곳을 사모하는 자의 기도이며 고백인 것이다. 동물이나 사람은 푸른 초장 맑은 시냇가에서만 살 수 없는 존재다.
새해 들어 동생 조카의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가려고, 지하철 부산역에 내려서 양손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부산역으로 연결되는 환승 통로의 무빙 워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내 힘으로 걷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은 어떤 힘이 나를 자연스레 앞으로 이끌어 주는 듯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마음속에 떠오른 말씀이 있었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로다.” 사슴은 미끄러질 듯, 절벽에서도 정확히 딛고, 때로는 과감히 뛰어오르며, 두려움보다 본능적인 확신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한다. 그 발에는 단단함과 민첩함 그리고 도약의 힘이 있다. 하박국이 말한 ‘사슴의 발’은 단지 빠르고 가벼운 발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담대히 도약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평지가 아닌 ‘높은 곳’으로 안전이 아닌 믿음의 자리로 뛰어오르게 하시는 은혜 말이다. 나 또한 삶의 고뇌와 인생의 험하고 높은 길 위에 서 있을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짐이 무겁고, 발걸음이 더디며,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은 손길이 나를 밀어 주시듯, 하나님께서 내 발을 붙드시고 한 걸음 더 뛰어오르게 하셨다. 그래서 나는 고백한다. “험하고 높은 이 길을 싸우며 나아갑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도약합니다. 내 주여, 내 발 붙드사 그곳에 있게 하소서! 그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 새해를 맞으며, 나는 평탄함이 아니라 도약을 소망한다. 사슴의 발처럼 흔들림 없이 딛고, 때로는 과감히 뛰어오르며, 하나님이 예비하신 더 높은 자리로 나아가기를 소원한다. 머무름이 아니라 전진이며, 주저함이 아니라 도약의 해가 되기를, 주께서 나의 발을 사슴의 발과 같게 하셔서 오늘도 나는 다시 한 번 힘차게 뛰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