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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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한장딴 만에
시들해진 그림자 헐값에 난전에 풀어 놓기 좋다
어쩌다 반가운 얼굴 마주치기라도 하면
예전엔 장터 막걸리 한잔이 인사였다는데
호기롭던 시절을 열뭇단처럼 팔아넘겨
손사래 못할 어묵 하나 베물고 국물 한 컵도 괜찮네
추억의 국화빵 여덟 개 이천 원도 좋은 게
동글동글 틀 속에서 절반이 구워지면
아줌마 능숙한 뒤집기로 꽃으로 피워내는
삶의 무미함도 좌판에 펼쳐놓은 채소처럼 푸릇해진다
동그랗게 등이 말린 노역의 할머니가
서로 닮은 한 묶음 마늘종을 파는 오월
인생삼막의 장면이 펼쳐지는 가설무대처럼
황금시장 오일장을 기웃거리는 무명의 엑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