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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선물 ——토기·도기·자기

한국문인협회 로고 강형주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4월 6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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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산자락 아래, 흙이 숨 쉬는 마을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흙마을이라 불렀다.
비가 오면 흙은 더 부드러워졌고, 햇볕이 비치면 따뜻한 숨을 내쉬었다.
바람은 흙 위를 지나가며 늘 낮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그 마을에 같은 흙에서 태어난 세 아이가 살고 있었다. 
이름은 토기, 도기, 자기였다.

 

토기는 늘 온기가 있었다.
누군가 울면 가장 먼저 다가가 조용히 곁에 앉아 주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그릇이 되고 싶어.” 
토기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도기는 말수가 적었다.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한 번 맡은 일은 끝까지 해냈다. 
“나는 오래도록 쓰이는 단단한 그릇이 되고 싶어.”
그 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자기는 맑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주변이 고요해졌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그릇이 되고 싶어.” 
자기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어느 날, 흙마을의 가장 오래된 어른인 가마 할아버지가 세 아이를 불렀다.
“이제 너희가 어른이 될 때가 되었구나.”
아이들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되려면 불을 견뎌야 한단다.”
“불이요?”
토기가 놀라 물었다.
“그래. 불은 아프지만, 너희를 바꾸어 놓을 거야.”
첫 번째로 토기가 가마에 들어갔다.
불길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열기가 몸을 감싸자 토기는 떨기 시작했다.
‘도망치고 싶어….’
그때, 토기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가진 따뜻함은 그냥 생기지 않아.’
토기는 이를 꼭 물었다.
그리고 불 속에 머물렀다.

 

가마 문이 열렸을 때, 토기는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손을 대면 온기가 전해지는 토기가 되어 있었다.
“아, 불을 견디면 마음도 더 따뜻해지는구나.”
다음은 도기의 차례였다.
불은 더 거세게 타올랐다.
몸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도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단함은 피하지 않을 때 생긴다.’
도기는 묵묵히 불을 견뎠다.
가마에서 나온 도기는 깊고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묵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그릇이었다.
“이제 나는 쉽게 깨지지 않아.”
마지막으로 자기가 가마에 들어갔다.
불은 가장 뜨거웠다.
자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맑음은 견딘 뒤에 남는다.’
시간이 흐르고, 가마 문이 열렸다.
자기는 투명한 흰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차분하고 고요한 그릇이었다.

 

세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두 달라졌지만, 모두 자기 자신이 되어 있었다.
가마 할아버지가 말했다.
“너희는 불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너희 자신을 믿은 거란다.”
그 후 토기는 따뜻한 물을 담아 사람들을 위로했고, 도기는 음식을 담아 하루를 지탱했고, 자기는 맑은 물을 담아 마음을 쉬게 했다.

 

어느 날, 세 그릇은 흙마을 들판에 나란히 놓였다.
토기가 말했다.
“우리는 모두 흙에서 왔어.”
도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흙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자기가 조용히 덧붙였다.
“흙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오래된 선물이야.”

 

그때 가마 할아버지가 말했다.
“잘 알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고, 사랑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단다.”

 

세 그릇은 흙 위에 가만히 놓여 햇볕을 받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모든 삶은, 자기만의 온도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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