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4월 6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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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러시아워라서 찻길이 매우 복잡했다. 4차선 곧은 도로인데 길 한쪽으로는 고깃배가 드나드는 작은 항구, 맞은편 도로 우측으로는 큰 어시장으로 붐비고 있었다. 도로는 시장 쪽으로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정차해 놓은 차들로 사실상 3차선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1, 2, 3차선 중 어느 차선이 빠를지를 연방 계산해 가면서 고향 집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약속 시간을 맞추어야 했다.
집에서 너무 늦게 나섰다. 시간이 재깍거리고 있다. 마음이 바빠진다. 여기서 이렇게 오래 밀리고 있으면 안 된다. 약속 시간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 1차선이 좋을 것 같아 계속 1차선으로 운행해 가고 있었다. 바로 앞에 좌회전 화물차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상황을 보아 간신히 2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었는데 이번에는 2차선은 정체되고 1차선과 3차선은 트여 있다. 재빨리 3차선으로 빠져나온다. 조금 가다 보니 하필 우회전 차가 대기하고 있어 트여 있는 2차선으로 다시 차선을 바꾼다. 잠시 후 2차선이 밀리고 1차선과 3차선은 트인다. 상황이 자주 변하고 있다. 다시 1차선으로 바꾼다. 마음이 급했다. 차선을 지그재그로 바꾸면서 달려가다 보니 차선은 원래대로 1차선으로 되돌아왔는데 조금 전 내 앞에 섰던 차는 저기 앞쪽에 가고 있다. 이 길 저 길을 왔다 갔다 하다가 내 차만 더 늦어졌다.
문제가 생기면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야 할 경우도 있고 늦게라도 바르게 계산해야 할 경우도 있다. 시간과 마음이 급해지면 계산이 빗나갈 때도 있게 된다. 차 운전의 경우에는 계산이 잘못되면 생명과 직접 연결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더욱더 바른 계산이 필요해진다. 때에 따라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예상하고 해결 방법을 빠르게 찾는 연습을 적절히 해둘 필요도 있다.
계산(計算), 수를 헤아려야 할 때가 있고, 어떤 일을 예상하거나 상황을 고려해야 할 때도 있다. 값을 계산하고 치를 때도 있고 어떤 일이 자기에게 이해득실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때도 있다. 주어진 수와 식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대입하여 수치를 구하는 일도 계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계산이란 우리 생활에서 아주 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때에 따른 계산의 종류와 방법을 잘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간접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급한 일을 처리해 내는 능력이라든지, 목표로 하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장래 희망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어떻게 대처하면서 살아갈지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들이 하나하나의 작은 계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퇴근길에 약간 들어간 버스 정류소에서 차를 운전하고 나오다가 뒤따르던 시내버스 앞 왼쪽 부분과 내 승용차 뒤 왼쪽 부분이 살짝 스치는 일이 발생했었다. 그때도 나의 시간 계산이 문제였다. 어떻게 그렇게 사고 시간이 딱 맞았던지. 거기 그 시각에 그 버스의 왼쪽 앞 모서리 부분과 내 차의 왼쪽 뒤 모서리 부분이 그렇게 스치게 되다니. 내가 계산한 모든 상황이 그 짧은 순간에 맞지 않았던 것이었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더라면, 조금만 더 교통 흐름을 바르게 예상하였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자책을 해 본다.
이제는 비교적 안전한 2차선으로 앞차를 편하게 따라간다. 왔다 갔다 해 보았자 2, 3초인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는 사이 또, 2차선만 밀리고 있다. 쭉 늘어서 있다.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다. 1차선과 3차선은 저렇게 트여 있는데 다시 혼란이 생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전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던 일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비교적 안전한 2차선을 택해 가기로 마음먹는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오히려 여유까지 생긴다. ‘조금 먼저 가려다 영원히 먼저 간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규정 속도를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