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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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빛바랜 악보에서
오래 묵은 어머니의 청국장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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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름 너울너울
펼쳐 놓은 노래의 나이테
껴안고 살아온 세월
오롯이 들어와 박혀 있는
음표 속의 너덜거리는
다섯 줄의 자화상
오랜 추억의 먼지 털어
음표를 그린다
가물거리는 눈
치켜뜨며 지샌 밤들
그 속에서 피어오르던
젊은 열정의 불꽃
수줍은 사랑은 마음에 출렁대고
악보 속에 스며 있는
그리운 얼굴들
세월은 자리잡고 앉아
헤어지고 물드는 사이
악보 위에 간격의 도돌이표를 그려 넣고 사라진다
삭이고 삭인 음표를
삼키면 꺼내긴 싫지만
먹고는 싶어지는
투박한 손으로 끓여 놓은 어머니의 청국장 남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