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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임혁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4월 6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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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새벽 오토바이를 타고
오늘 장사할 내장을 사오신다
굵은 소금으로 조물조물 손질한
창자, 모래집, 간, 허파
진열장 위에서 반짝인다

 

추위에 떨던 마음들이
저녁이면 연탄불 앞에 모여 앉아
지글지글 프라이팬에는
양념한 내장이 익어 간다

 

막걸리 잔을 주고받으며
허기진 뱃속에 기름기 돌면
하루의 피로도 노골노골 풀려 가고
연탄불도 가물가물 눈을 감는다

 

통금 사이렌이 골목 끝을 울릴 때쯤이면
손님들도, 사장님도, 집으로 가고
비닐봉지에다 남은 내장을 담아서
방범대원들의 플래시 번뜩이는
비탈진 골목길을 오른다

 

단칸방 문을 열면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
한 이불에 모여 있는 저녁의 온기 
비닐봉지 가만히 던져두고
골목을 다시 내려올 때

 

죄의식 조금 쌓였어도
씻어야할 프라이팬 산처럼 쌓였어도 
휘파람 불었다
신바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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