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4월 6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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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무관한 잠재의식에 대하여
낯익은 교실에서 동창도 아닌 녀석들과
빈 답안지를 들고 낑낑대다가
반수면 상태로 맞이하는 아침
새가 되어 날아갈 참으로
허전한 겨드랑이를 만져본다든지
번식하는 잠재의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아무 생각도 없을 식물이 어떻게
보호색으로 진화하는지와
꽃이 예쁘게 피면 자주 꺾인다든지
나무가 웃자라면 목이 잘리는
참사를 견디면서도 왜 번식에만 몰두하는지 등
많은 연구 업적에도 불구하고
쓸모없어진 꼬리가 퇴화해 버린 변신의 과정을
깔끔하게 증명하지 못하는 따위
내가 어느날 갑자기 똘똘해진다든지
안 써먹는 목청이 불현듯 닫혀 버리는
등등의 불안한 미제들 역시
짠하고 바뀔 수 없는 것이라
나의 단점 혹은 장점 등을
몇 번의 망치질로 고칠 수도 없는 일
막연하게나마
윤회의 법칙 따라 다음 생애에
봉황 혹은 용이 된다거나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을 구경하는 일 따위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일이고
가능한 일이란 벌레가 되어 보는 것
일벌레, 돈벌레, 책벌레…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