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4월 6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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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고요히 태어나
제 숨의 근원으로 돌아오는 곳
아침은 이곳에서 생(生)을 연습하고
밤은 고단한 일과의 짐을 내려놓는다
생(生)과 멸(滅)의 숨결이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지날 때
가족은 피보다 느린 문장으로 적히고
집은 기다림이라는 온기가 된다
오래 비워 두었던 불빛 하나가
돌아온 시간의 시린 등을 어루만지면
도란거리는 말들이 하루라는 이름으로
안개처럼 가만히 내려앉는다
적막의 길목에서 조용히 눈을 떠
다시 제 깊은숨으로 돌아가는 자리
존재가 머물며 유한을 견디는 방식이자
우리가 끝내 품고 갈 단 하나의 영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