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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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더 낮게
흐르고 흐르며 더 낮게
하늘에서 낮은 곳으로
땅에서 낮은 곳으로
계곡을 타고 강을 건너
바람에 날려도
숲이 젖어버려도
낙엽이 떨어져 어디로 가나
바람은 불다가 어디로 가나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나
구름은 흐르고 흐르다가 비로 내려서
굶주린 대지를 살린다
세월 오래 소비해도
바위를 부수고
흙을 살리고
씨앗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살짝 웃곤
성취의 맛을 담아
또 어디로 흘러간다
바다에서 땅으로 스미어
땅에서 산으로 젖어
숲을 키워
온 누리를 살려
물은 그러고서야 하늘로 올라간다
빛은 이미 있어 다행이라 여기며
나는 나는
낮게 더 낮게
물처럼 살리라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스며서 기어이 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