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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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살맞고 선듯해진 저녁
어둑하게 나이든 동네의
주름진 골목길이
구부정한 대추나무처럼
한층 더 늙었다
사람이 나이 드니
솟을대문마저 삭아 기울어
동네도 편안하고
오래된 이웃들도
느티나무 그늘같이 넉넉하다
정원 없는 돌층계마다
사시사철 고운
꽃을 키우시던 할매도
굽은 허리로 박스 줍던 한씨네도
살 만한데도 여적 동네를 끼고살고
반장도 아니면서
봉사한답시고
저녁마다 골목을 비질하던
부지런한 임씨도 늙어 가고
곁지기 김씨도 할미꽃이 되었다
이리 오래 살아 보니
사는 게 별 거냐고
너털웃음 짓던 윗집 할배도
허허 웃으시며 북망산에 가셨다
개웅산도 매봉산도
안양천도 도림천도
겉은 멀쩡한 척해도
저들도 울 동네보다 늙었지
그러니 세월아 너만 그대로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