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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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사기그릇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는
밥풀떼기 몇 알, 그걸 못 봐
언제부터 배부른 놈이 되었는지
눈에 뵈는 게 없다
점심 도시락을 못 싸
수도꼭지에 매달려 배를 채웠던
그날, 얼마나 지났다고
까맣게 잊어버린 그 시절
자메이카 아이들의 퀭한 눈빛이
양심을 툭 치고 지나간다
하루 살고 나면 내일이 두려웠던 그때
삯바느질로 하루를 버티는
엄마는 밤새 재봉틀을 돌려도
수시로 연탄을 빌리러 다녔는데
까만 구공탄 한 장 들고 오면서
그 자그마한 가슴, 얼마나 새까맣게 탔을까
밥풀떼기 몇 알 씻어내면서
춥고 배고팠던 기억보다
하루하루 잊혀진다는 것이 더 슬픈데
싱크대 앞에 서서 눈물 글썽이는
나는, 무엇을 잊어버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