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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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이슬 깨문 채
앳된 너를 보았을 때
부추 이파리 뒤쪽에 납작 붙어
두 마리 힘없이 죽은 듯하더니
만져보자 더듬이 빼고 꿈틀거렸지
다시 두 눈 붙은 긴 안테나로
쭉 뻗고 느릿느릿
먹잇감 찾듯 두리번대며
한 걸음 한 걸음씩 걷고 있었지
연한 등껍데기 버거운 짐 싣고
빨판 같은 발바닥으로 악착같이 붙여
먹잇감 배춧잎 맛보고
작은 살림집 마련하니
앙증스레 사방팔방 헤매고 있었지
밤낮 시선 속 관심 멀어질 땐
어느새 온 집 안 마음껏 훔치고
야생(野生)의 기운으로
도보 여정을 지금도 하고 있는 걸
만난 인연 쭉 갈지 알 수 없지만
푸성귀에 몸 감춰 죽은 듯 살고 있네
‘꿈에 네가 기어가면 기다리던 일이 성취된다’라는
믿음을 느림에 읽혀 준다
일생의 터전, 유리갑에 오붓이 함께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