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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익어 가는 시간

한국문인협회 로고 박근태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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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달려온 길, 나는 바람에 실린 낙엽처럼 잠시 멈춘다.

 

황혼의 꽃은 마음의 가장자리에서 소리 없이 피었다 지고, 지나간 기억들은 안개가 되어 내 그림자의 굴곡을 덮는다.

 

인생은 흐르는 물, 붙잡으면 모래처럼 새고 놓아주면 손등에 햇살이 남는다.

 

지나온 날이 앞날보다 무거워도 마음속엔 아직 파종하지 않은 자리 하나, 봄을 기억한다.

 

접어둔 욕심은 종이배가 되어 강을 건너고 빈 가슴엔 햇살 한 조각, 웃음이 머문다.

 

눈 덮인 땅에서도 복수초는 제때를 알고,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도 곡식은 알을 채운다.

 

마른 가지에 다시 꽃이 오듯 풋열매가 단맛을 배우듯 나는 익는 속도를 더 재촉하지 않는다.

 

지금 황금빛 들녘 한가운데 서 있다. 햇살은 말없이 어깨에 기대고 길은 잠시 비켜 선다.

 

나는 황혼빛 발자국을 남긴다. 두렵지 않다. 이 무게와 이 온도, 지금의 내가 딱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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