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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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산에서 내려온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바람이 세상을 닮았는데
떨어져 휘날리는 낙엽 잔해가 허공을 날고
더러는 담장 아래서 부스스 일어서다 앞으로 날려간다
짧은 일생 마무리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 맡긴 낙엽들
그 사이로 기지개 켜는 겨울은 북에서 온다
얼음으로 덮인 둔트라 동토는 냉기를 날려보내 세상을 얼리는데
우리들 휘어감는 차거운 설한풍 몰고 오는 바람
오늘도 산동네 작은 집에 불이 켜지고
냄비에서 끓고 있는 구수한 된장국 향기는 사랑이 넘친다
웃음이 되살아나는 저녁 밥상머리 정겨운 살붙이들
얼굴 검고 투박한 손마디 매끄럽진 않지만 정이 묻어나는 말 한마디
살아가는 꿰적 따라 산적 닮은 우리네 이웃 사람
세살배기 어린 딸 명주 같은 두 볼에 얼굴을 비빈다
사랑이 넘쳐나는 꼬방동네 사람들도 이 겨울을 비켜가진 못한다
세상 속 헤치다 피곤을 등짐 지고 보금자리 찾아온 몸집 작은 가장
방긋 웃는 어린 딸 투정을 애정으로 보듬는 당신의 겨울은
어디서 오는가
겨울은 주섬주섬 계절을 챙겨들고 우리 곁에 머문다
봄부터 가을까지 일생을 다한 낙엽들 스산한 겨울바람 안고서
어디로 달려가나
작은 집 사람들 노란 개나리 산동네 뒤덮을 봄날을 기다린다
바람은 오늘도 벽화 그려진 산동네를 애정으로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