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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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을 지날 때면
밖을 향해 내젓는 하얀 손이 유난히 번쩍였다
손을 들어 반가움으로 아니 괜히
마주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흔들어 보았다
창틀 안의 얼굴 모습은 차마 똑바로
보지 못했다
무슨 사연으로 이 좋은 날
숨막히는 공간에서 밖을 향해
손짓하는지 나는 모른다
일주일마다 창틀 앞을 지나치며
그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철이 없었다
그의 아픔과 슬픔, 억울함, 체념, 분노, 그리움, 사랑이
섞인 손의 흔들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자유고 그는 반대편이었다
그를 이해하기엔 십수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한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세상의 이치가 간단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그는 창밖으로
세상을 마주한 후에도
절실하게 손을 흔들어 본 적이 없었다
단절된 시간만큼이나 가족과 친구를 이해하고
사회에 나서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손을 흔들 힘이 남아 있을까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과 응원이 과연
새 생명의 둥우리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오늘도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냉혹한 현실에 눈을 감는다
삶과 앎이 녹아들지 못하고
아직도 판도라 상자에 남은 헛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가슴 깊이 녹아 없어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