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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旅情)의 길 위에서

한국문인협회 로고 강진원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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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고, 역경과 고난이 있었다.
작은 실개천을 넘으면 언덕이 막히고 작은 고개를 넘으면 다시 산이 가로막히던 막막한 그날들의 추억이여!

 

그 높은 산꼭대길 넘으면 강이 앞을 가로막고, 또 바다를 만나기도 한다.
그 길 어디에도 지름길은 없다.
잠시 숨을 고르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숨가쁘게 달려온 내 삶의 끝자락에서 몹시도 부족하고 허술했던 그때, 인생의 그 시점으로 돌아가 지금 내 모습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길 원한다면 후회할 만한 모든 일들을 말끔히 떨쳐버릴 수 있을까!
무엇 하나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 서늘한 적막과 외로움 떨쳐내고 저 놀라운 신의 섭리에 따라 문득 정신을 가다듬고 깨어날 그때, 내가 인정할 만한 삶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그런 결정적인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려나!

 

하지만 정작 우리가 지나온 생의 특정한 장소로 갈 때, 우리 자신을 향한 여정은 시작된다.
우린 그 길에서 막다른 고비를 만날지라도 두려움 없이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꼭 요란한 사건들만이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누군가의 삶에 완전히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그 놀라운 고요 속에 고결함이 있지 아니한가!

 

늦었다고 미리 단념할 일이 아니다. 
우린 우리의 일부를 남기고 떠난다. 
떠나더라도 우린 그곳에 남는다. 
우리의 사랑도 거기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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