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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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죽음이요,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죽음은 나이가 들거나 병들어 세상을 떠나는 일로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 겪게 되는 일이다. 세금 또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납세 의무다.
세금의 유래는 ‘농민이 수확한 것 중 쓸 수 있는 몫을 떼어 낸 후, 나머지를 관청에 낸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세금의 사전적 풀이는 ‘국가나 지방 단체가 필요한 경비 마련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거두는 돈’을 말한다.
세금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는 소득세가 있다. 사람들은 세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애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호화 생활을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탈세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으로 세금을 못 내 집안의 값나가는 물건에 붉은 딱지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세금에 대해선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경북 예천에는 세금을 내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나무도 세금을 내는데,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다.
세금을 내는 나무를 보기 위해 예천으로 갔다. 용궁면 금원마을 들판에 5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5월이면 누런 꽃이 핀다고 하여, 황(黃) 씨 성에 근본이 있는 나무라 해서 목근(木根)이라 한다. 세금을 내는 나무 ‘황목근(黃木根)’. 나이 든 어른들이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듯, 그도 나이가 많아 여러 가지 받침대의 부축을 받고 서 있다. 젊은 시절 그렇게 좋았던 풍채는 어디 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같다.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봄이 되어 벌써 푸른 잎들이 피고 있는데, 그는 이제야 가지에서 새움 몇 장만 돋우고 있다. 이젠 늙어서 잎을 돋우기에도 힘에 부친 모양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기고 있다. 해마다 정월이 되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祭)를 올리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1903년부터 계(契)를 조직해 모은 돈으로 그의 재산을 늘려왔다. 그 돈으로 1939년엔 땅 3,700평을 사 그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는 등기를 내고, 마을에서 공동 관리해 오고 있다.
그는 마을 앞 논 한가운데서 높이 15m에서 펼친 넓은 가지로 마을을 감싸고 있다.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온 까닭에 나무 밑동엔 큰 구멍이 나 있고 가지는 말라 수명이 오래 갈 것 같지 않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그의 대(代)를 잇기 위해 곁에 아들 나무를 심어 놓았다. 그 아들 나무의 이름은 황만수(黃萬壽)이다. 만수를 누리며 번성하라는 의미다. 이 이름은 마을 사람들이 공모해 지은 이름이다. 아들 나무 황만수는 어미 나무 옆에서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소유한 땅을 임대하여 얻은 돈으로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국가에 세금도 내고 있다. 아름다운 전통이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예천에는 세금을 내는 나무가 또 한 그루 있다. 감천면 천향리 석평 마을에 있는 석송령(石松靈)이다. 600년 전, 풍기 지방에 큰 홍수가 나 하천으로 소나무 한 그루가 떠내려와 마을 사람들이 건져 마을 앞 빈터에 심었다.
세월이 흘러 1927년, 이 마을에 이수목(李秀睦)이란 노인이 살았다. 그는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날 때, 재산을 물려줄 후손이 없었다. 생각한 끝에 그는 토지 1,191평을 소나무 앞으로 상속하고, ‘석평마을의 영험한 소나무’라는 의미로 ‘석송령(石松靈)’이라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이 계를 조직하여 나무를 관리해 오고 있다.
이 나무는 700년 세월을 견디어 온 나무로, 키는 작고 가지를 옆으로 뻗친 반송(盤松)이다. 석송령은 높이 11m에 동서 길이 32m로 넓게 가지를 펼치고 있다. 우람하면서도 오지랖이 넓은 나무는 모양 또한 멋지게 생겼다. 둥근 모양의 폭이 넓어 그늘도 넓다. 덕 있는 사람이 주변의 많은 사람을 보살피듯 석송령도 넓은 가지로 주변을 넓게 감싸고 있다. 석송령도 자신의 재산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세금도 내고 있다.
어느 나라에 국정 책임자가 있었다. 그는 퇴임 전, 자신을 위해 규칙을 고쳐 경호 인력을 증원하고, 예우 보조금, 비서실 활동비 등도 올려 많은 혈세를 지출하게 하였다. 그는 한 달에 1,300여만 원의 연금을 평생 받는다. 그는 소득세도 비과세로 처리하여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나무도 세금을 내는데, 한 나라의 국정 통치를 맡았던 그는 무슨 염치로 세금을 내지 않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프랑스의 전 대통령 드골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물러날 때, 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 일이기 때문에 대가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존경받을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금도 프랑스 국민의 추앙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하늘 관문인 드골 공항도 국민이 그를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 아닌가?
연금 받는 것은 그만두고,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어느 나라의 국정 책임자는 후세 사람들이 무어라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