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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의 목욕탕 대화

한국문인협회 로고 고승우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육년 봄호 2026년 3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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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평양 한가운데 섬에 있는 세계 유명 관광지 최고급 호텔 지하. 지구촌 유명 지도자들의 모임이 극비리에 열리는 장소다. 이 모임이 누가 주도해서 성사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호텔 외부에는 4개국 1급 경호원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지도자들이 모인다는 호텔 지하 샤워실은 한국의 재래식 목욕탕과 찜질방 시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K-팝 열풍 속에 한국 대중목욕탕이 ‘K-힐링’의 성지로 불리면서 그렇게 된 듯싶었다. 뜨거운 물에서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목욕탕 속의 두 사람 사이에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한쪽에는 금발을 뒤로 넘긴 채 붉은 얼굴로 탕에 몸을 담근 도널드 도람프 대통령이, 그 맞은편에는 안경을 벗고 눈을 지그시 감은 시전빙 주석이 자리 잡고 있다. 두 남자는 권력의 상징인 양복과 제복을 벗어던진 알몸이다. 건장한 육체에서 세계 최정상급 권력자의 위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시전빙이 무표정한 얼굴에 땀을 흘리며 말했다.
“도람프, 당신은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하시는 자제력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신문에서 읽은 당신의 느끼한 사생활을 보면, 그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부부 사이가 껄끄러울 것 같습니다.”
도람프는 특유의 손동작과 함께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응수했다.
“시 주석, 내 사생활이 화려하긴 하죠. 아름다운 여자들은 늘 나를 좋아하니까! 그건 내가 ‘에너제틱’하다는 증거 아니겠소? 하지만 말이야….”
도람프가 몸을 시전빙 쪽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춰 말을 계속했다.
“나는 적어도 내 감정에 솔직하지. 당신처럼 무표정한 것보다 낫잖아. 예쁜 여자들과 데이트하며 즐겁게 사는 게 훨씬 인간적이지 않나?”
시전빙이 눈썹을 살짝 까닥하며 말했다.
“국가 지도자의 품격은 절제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품격? 시 주석, 미국인들은 완벽한 성인군자를 원하는 게 아니라 승리자를 원한다네. 그리고 승리자는 아름다운 여성을 얻는 법이지. 당신도 너무 차만 마시지 말고 인생을 좀 즐겨봐요. 혹시 알아? 좀 더 웃게 될지.”
시전빙이 침묵하자 도람프가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문지르며 계속 떠벌린다.
“여기 물 온도가 꼭 한국놈들 마음 같군. 너무 뜨거워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조절하는 대로 움직이지만 말이야.”
시전빙이 여전히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눈만 껌벅이자 도람프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욕실 벽을 타고 울렸다.
“이준명 대통령, 아주 훌륭한 협상가야. 하지만 결국 내 마가(MAGA) 전략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지. 3,500억 달러? 그건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충성 맹세야. 매년 200억 달러씩 10년간 워싱턴에 송금하려면 허리가 뻐근할 걸, 하하하.”
도람프는 호탕하게 웃으며 탕 밖으로 손을 뻗어 다이어트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시전빙은 눈을 감고 시선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도람프가 말을 계속했다.
“짜증나는 건 ‘리틀 로켓맨’ 김종은 위원장이야. 내가 그 자한테 계속 러브콜을 보내는데, 요즘 영 시큰둥해. 러시아랑 노느라 바쁜 모양인데, 당신이 좀 말해줘야겠어. 나랑 사진 한 장 찍는 게 미사일 열 번 쏘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시전빙이 못 들어주겠다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도람프를 바라보다 화제를 돌린다.
“도널드, 자네는 정치를 장사꾼처럼 해서 문제야. 손익 계산만 따지면 큰 정치는 못해. 나는 김종은과 이준명 둘 다 내 손바닥 위에 두고 있네. 한국은 경제적으로 우리 중국 없이는 살 수 없지. 김종은도 내 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있지.”
도람프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자 시전빙은 물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계속했다.
“중국은 머잖아 1등 국가가 될 것이네. 대만 통일은 내 생애 최고의 업적이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 한반도는 ‘적당히’ 시끄러워야 해. 북한의 핵은 미국을 견제하는 좋은 도구지. 자네가 김종은과 사진을 찍든 말든, 결국 그에게 밥을 주는 건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도람프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당신은 너무 진지해. 대만이나 위구르에서 당신이 뭘 탄압하든 내 알 바 아니야. 내 관심은 오직 미국의 금고를 채우고 가능하면 나와 내 가족 지갑도 두둑하게 만드는 거지. 한국이 당신들한테 사드 보복을 당하든 말든, 나한테 3,500억 달러를 내놓는 이상 나는 그들을 지켜주는 ‘척’은 해줄 거야. 그게 비즈니스니까.”
시전빙이 얼굴 위의 땀을 한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자네의 백악관 점령은 4년이면 끝나지만, 나의 중화몽은 영원할 것이네. 한반도는 자네에게는 돈줄이겠지만, 나에게는 대륙의 문을 지키는 요새야.”

 

2
그때 목욕탕의 육중한 대리석 출입문이 열리며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김종은 위원장이었다. 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특유의 고압적인 자세로 말했다.
“거 두 대국 지도자들께서 너무 시끄러운 것 아니오?”
도람프가 반색하며 반긴다.
“오, 리틀 로켓맨! 어서 와! 요즘 왜 내 전화를 안 받는 거야? 푸틴이랑 노느라 바쁜 건 알겠는데, 나랑 사진 한 장 더 찍어야지!”
김종은이 탕 속으로 들어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널드, 당신은 여전히 장사치군. 나는 이제 당신들의 쇼에 안 속소. 2국가론은 이미 선포됐고, 나는 20년 뒤를 보고 있소. 중러의 도움으로 경제를 세우고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면, 그때는 내가 한반도의 유일한 통일 대통령이 될 것이오.”
시전빙이 옆눈으로 김종은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 꿈이 너무 크군. 자네의 그 꿈도 결국 내가 동의해야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말게.”
김종은이 미간을 찌푸리며 가당찮은 소리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출입문이 다시 열렸다. 안경을 벗어 손에 든 이준명 대통령이 조심스럽지만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는 탕 안의 면면을 확인하고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거 제가 제일 늦었습니까? 세계의 주인공들이 다 모여 계시네.”
이준명이 탕 한쪽으로 들어와 몸을 담그며 도람프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넸다.
“도람프 대통령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 후속 조치 확인하셨죠? 우리 국민들이 좀 힘들어하긴 하는데, 제가 ‘미국에 대한 종속’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라고 잘 포장해 놨습니다. 대신 더 태클 걸지 마십시오.”
김종은이 그 모습을 비웃는 표정으로 지켜본다. 이어 그의 걸걸한 목소리가 목욕탕 안에 울렸다.
“이 대통령, 당신은 여전히 도람프 주머니나 채워 주는구려. 내로남불 의원들 등쌀에, 야당과 시민단체의 공세에 시달리다 보니 정신이 살짝 나간 모양이지?”
이준명은 그 말을 못 들은 척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자, 이렇게 어려운 자리에 함께했으니 솔직해집시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도덕 앞세우는 분 없지 않습니까? 주석님은 티베트 탄압하고, 도람프 대통령님은 돈이면 다 되고 위원장님은 딸 주애 내세워 세습하려 하고, 저도 제 생존을 위해선 뭐든 합니다. 우리 다 똑같은 권력욕의 노예들 아닙니까?”
도람프가 껄껄 웃으며 무릎을 쳤다.
“맞아! 도덕? 그건 루저들이나 찾는 단어지. 나는 한국에서 돈을 챙기고, 시는 대만을 손에 넣으려 하고, 김은 핵을 챙기고, 이 대통령은 대권을 유지하고, 아주 완벽한 장기판이야!”
시전빙이 차갑게 응수했다.
“하지만 남북한 모두 대륙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어.”

 

3
탕 안의 김이 더욱 짙어지면서 네 인물은 어느새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시전빙이 도람프를 향해 열을 올린다.
“당신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짓밟은 뒤 그린란드에 군침을 흘리던데, 너무하는 거 아냐? 기름과 돈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군침을 흘리면서 손에 넣으려고 하면 되나?”
도람프가 코웃음을 쳤다.
“베네수엘라 작전은 자유의 확장이지! 석유는 덤이야. 그린란드는 주민들이 원하면 미국 땅이 되는 거야.”
이준명이 탕 속의 물을 손으로 저으며 말했다.
“요즘 지구촌을 보면 덩치 큰 나라들이 작은 나라를 상대로 하는 짓이 수상합니다. 미국은 남미를 건드리지만 러시아와는 부딪히려 하지 않고, 러시아는 우크라를 쓸어도 나토랑은 선 긋고, 중국은 미군 기지로 한국과 일본을 제재하면서도 미국은 피해요. 이거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까?”
김종은이 낮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19세기식 ‘제국주의 분탕질’과 흡사하오. 강대국들이 서로 마찰을 피하면서 접시 속의 고기는 나눠 먹는 셈이지. 마치 역사의 시곗바늘이 거꾸로 도는 듯하오.”
시전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중국은 아니고 미국이 심하지요. 미국은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국제사회의 질서를 거센 자국 우선주의와 군사력으로 무너뜨리고 있잖아.”
도람프가 손을 저으며 반박했다.
“하하, 사돈 남말 하시네. 중국 너희는 어떻고? 남중국해가 중국 호수인 것처럼 독차지하려 하고 대만을 군함으로 포위하는 거, 그건 19세기 유럽 국가들이 했던 거랑 뭐가 달라?”
시전빙은 미간을 찡그리며 답했다.
“우린 남의 나라에 대해 실제 대포를 쏘거나 군대로 침략하지는 않아요. 당신들보다 세련된 제국주의 아닙니까?”
김종은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세련된 제국주의라… 덩치 큰 것들은 항상 문제라니까. 혼자 배 터지게 처먹으려고 눈이 뒤집혀 날치니 말이야.”
이준명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대국들은 힘을 앞세워 세계를 관리하려 하고 있어요. 작은 나라들은 대국 눈치를 보느라 안질이 생길 지경입니다. 냄비 속 개구리처럼 괴롭기도 하고요.”
도람프가 그 말을 받아쳤다.
“냄비든 뭐든, 결국 주방장은 나야. 내가 만든 질서 위에서 다들 요리하고 있는 거라고.”
시전빙이 즉각 응수했다.
“오만하군요. 그 주방장이 언젠가 불길에 손을 델 겁니다. 중국식 주방은 이미 불길을 옮기는 법을 배웠지요.”
김종은이 그들의 논쟁을 지켜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 불은 우리 같은 작은 주방에만 번지지. 당신들은 불을 구경하며 열을 재조정하려 하지.”
이준명이 씁쓸히 웃었다.
“싸움은 피하면서 식탁만 차려 놓고 서로 젓가락 올리는 식이죠. 남미, 우크라, 대만, 한반도… 다 식사 메뉴처럼 다뤄지고 있어요.”
도람프가 그의 말을 끊었다.
“정치란 결국 바로 조리되는 요리와 같아. 세계는 프라이팬이고. 중요한 건 타기 전에 누가 조리된 요리를 손에 넣느냐 하는 거지.”
시전빙이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그 과정에서 가급적 피를 흘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세계를 주름잡는 큰 정치인의 지혜라고 할 수 있지. 핵무기가 존재하는 21세기 경쟁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고.”
도람프가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그래, 그거야. 19세기에는 총으로 세계를 나눴지만 21세기 우린 훨씬 세련됐지. 무력과 경제력으로 기를 죽여 무릎을 꿇게 만드는 건데 계속 버티면 그땐 때리는 거야.”

 

4
네 사람이 한동안 큰 소리로 떠들다가 점차 그 열기가 식어 갔다. 도람프와 시전빙이 피곤한 듯 눈을 감고 탕 안에서 졸면서 그렇게 됐다. 이준명이 탕 안을 휘둘러보다가 천장에 시선을 던진 채 앉아 있는 김종은에게 말을 건다.
“이렇게 마주 앉으니 좀 웃기네요. 대통령도, 위원장도 아닌… 그냥 사내 둘이죠.”
김종은이 낮게 웃으며 응수했다.
“야당도, 시민단체도 없으니, 당신도 이런 곳이 편할 거요.”
이준명은 탕 속 물결을 가볍게 휘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긴 하죠. 하지만 결국 밖에 나가면 다시 싸움터입니다. 정치란 그런 것이죠.”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김종은이 물장구를 치며 말했다.
“북조선은 남조선에 있는 언론도 없고 야당도 없지만, 눈빛만으로 나를 재는 인민들 천지요. 나도 늘 두려워. 나를 신처럼 보고 있으나, 그 신이 실수하면 망하는 거니까.”
이준명은 땀과 물이 섞인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미국은 당신을 악마라 부르고, 나한테는 ‘동맹’이란 이름으로 명령을 내립니다. 웃기죠. 악마와 꼭두각시, 둘 다 같은 척도 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거죠.”
김종은이 코웃음을 쳤다.
“도람프나 바이든, 누구든 결국 자기 나라 이익 계산하는 놈들이지. 도람프가 당신을 훌륭한 협상가라고 말했는데 그건 자기 말을 잘 들어준 것을 비아냥거리는 소리 아니오?”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는 안보를 위해 그 자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죠.”
“그 말은 곧 당신의 국가가 스스로 지킬 힘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거요. 자위력만이 자주를 보장합니다.”
이준명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서 당신은 핵을 가지려는 겁니까?”
“그렇소. 핵은 내가 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보증이오.”
“하지만 그 생존이 누구의 목숨 위에 세워졌는지, 당신도 알잖습니까. 북한 주민들은….”
“모두가 고통스럽죠. 하지만 나라도 없으면 굶주릴 땅도 사라질 것이오.”
잠시 말이 끊겼다. 땀 냄새와 습한 공기만이 서로의 호흡을 대신했다. 탕 위로 뜨거운 증기가 천천히 떠올라 그들의 얼굴을 가렸다. 이준명이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정치를 시작할 땐, 세상을 좀 바꿔 보자 했죠. 그런데 지금은 세상에 짓눌린 기분이에요. 사람들은 개혁을 말하면서도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죠.”
“그게 권력의 숙명이오.”
김종은이 손가락으로 물결을 튕기며 말했다.
“당신 나라 국회도, 내 나라 최고인민회의도 결국 사람의 욕망 위에 세워져 있소. 기득권, 충성, 공포, 탐욕… 이름만 다를 뿐.”
그는 시선을 들어 이준명을 똑바로 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당신은 백성들이 욕이라도 하지 않소? 난 그것이 부럽소. 북조선 인민들은 날 신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 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늘 밤잠을 설친다우.”

 

5
이준명은 탕 밖으로 나와 벽에 세워진 거울을 바라봤다. 김으로 덮여 흐릿하게 일그러진 거울 속의 탕 물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잠시 후 이준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위원장님, 물 온도가 너무 뜨거운 거 아닙니까? 이거 사람 익겠어요.”
이준명이 특유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김종은이 짓궂은 눈길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이 대통령, 남조선 정치가 그보다 더 뜨겁지 않소? 매일같이 여야가 죽기 살기로 싸우고 당신도 권좌에서 끌어내리려는 목소리가 평양까지 들립니다. 이 정도 온도는 식은 죽 먹기여야지.”
이준명이 입을 다문 채 잔잔한 미소로 응대하자 김종은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계속했다.
“도람프한테 퍼준 3,500억 달러면 우리 공화국 인민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돈인데, 그걸 미국놈들 주머니에 쑤셔 박아주고 마음이 편합니까? 내가 보기엔 남조선 정치는 미국에 얼마나 잘 보이느냐의 경연대회 같소.”
이준명은 탕 속에서 다리를 꼬며 응수했다.
“그게 실용주의라는 겁니다. 위원장님도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김일성, 김정은 선대의 통일 철학조차 폐기 처분하는 거 아닙니까? 민족 개념조차 후퇴시키고 있고.”
이준명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김종은의 ‘신격화’ 뒤에 숨은 공포를 건드린다. 김종은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침묵한다. 이준명이 말을 이었다.
“나를 비난하기 전에 당신 발밑이나 보시지. 딸 주애를 앞세워서 백두혈통 쇼를 하는 것도 결국 불안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김종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준명의 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8년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진심으로 문자인과 도람프를 믿고 비핵화도 약속했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고 남한과 미국의 놀림감이 되었다는 인민들의 소리 없는 비난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2018년의 나를 잊으시오. 그때 나는 당신들의 그 가식적인 평화 놀음에 놀아났어. 도람프는 장사꾼이었고, 문자인은 무능했지. 그래서 나는 결심했소. 핵과 미사일만이 살 길이고 남조선과는 이제 남남이다. ‘2국가론’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오. 당신들은 미국의 군사적 식민지일 뿐이고, 우리는 핵을 든 당당한 주권국가라는 선포지.”
김종은은 얼굴이 벌게지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20년을 보고 있소. 중러의 전략적 지원 아래 우리 경제가 자립하고 핵보유국 지위가 굳어지면, 남조선의 그 허울뿐인 민주주의는 스스로 무너질 거요. 그때 내가 한반도의 유일한 통일 대통령으로 평양에서 서울까지 통치하게 될 거란 말이오.”
이준명은 헛웃음을 지었다.
“통일 대통령이라… 위원장님, 우리 솔직해집시다. 당신이나 나나 본질적으로는 닮은 구석이 많아요. 나도 생존을 위해 산전수전 다 겪고 정상까지 올라왔습니다. 당신도 인민의 고통 위에 백두혈통이라는 신화를 세웠잖아. 우리 의원들이나 당신네 보좌진이나, 결국 권력이라는 마약에 취해 도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건 매한가지 아닙니까?”
“…….”
이준명은 침묵으로 응수하는 김종은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인민들 자유는 다 뺏어놓고, 향후 20년 경제 발전? 중러가 언제까지 당신을 지켜 줄 것 같소?”
“…….”
“당신은 핵으로 공포를 팔고, 나는 실용으로 희망을 팝니다. 하지만 이 목욕탕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나는 다시 도람프를 관리하기 위해 보좌관들과 머리를 싸매야 하고, 당신은 인민들 앞에서 신이 되어야 하죠. 우린 각자의 감옥에 갇힌 죄수들입니다.”
김종은은 탕 안의 물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치며 응수했다.
“이 대통령, 가만 보면 당신 처지가 참으로 기구하오. 과거 일제놈들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주더니, 이제는 바다 건너 미국놈들에게 군사권을 통째로 저당 잡혀 살고 있지 않소? 내가 보기엔 영락없는 군사적 식민지의 모습이란 말이오.”
김종은은 상대가 입을 열 틈을 주지 않고 거칠게 말을 이었다.
“우리 공화국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제 손으로 핵을 쥐고 제 발로 서 있소. 하지만 당신들은 미군놈들이 철수할까 봐 벌벌 떨지 않소? 주인 없는 개처럼 목줄을 쥔 자의 눈치나 살피는 그 비굴한 굴종의 역사, 해방 이후도 일제강점기와 뭐가 다르단 말이오?”
이준명은 안경에 맺힌 김을 여유롭게 닦아내며, 특유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위원장님, 주체라는 그 화려한 말잔치 뒤에 가려진 인민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으십니까? 일제시대의 비극은 우리가 힘이 없어서 당한 것이지만, 지금의 한미동맹은 우리가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선택한 전략적 계약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거대한 운동장을 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겁니다.”
“하하하.”
김종은은 이준명의 말을 듣자마자 탕 안의 물이 출렁거릴 정도로 크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사나운 눈빛으로 이준명을 쏘아보며 말했다.
“고육지책? 전략적 계약? 웃기시네. 당신들은 미국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줄 알겠지만, 당신들은 그저 호랑이가 배고플 때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살찐 사냥개에 불과하오. 아직도 자기 처지를 깨닫지 못하는 거요?”
“…….”
김종은이 이준명의 침묵에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사상은 낡은 것이 아니라 뿌리요. 뿌리 없는 나무는 바람 한 번에 쓰러지지만, 핵이라는 뿌리를 가진 우리는 폭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소. 당신네 국민들이 ‘미맹(美盲)’에 빠져 제 나라 군대 통제권도 없는 걸 ‘실용’이라 부를 때, 나는 우리 공화국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상수로 만들었소. 20년 뒤에 내가 낡은 핵 가방을 들고 있을지, 아니면 당신들이 버린 그 자존심의 대가로 한반도의 주인이 되어 있을지 똑똑히 지켜보시오. 정치는 결과라고 했소? 내 결과는 ‘생존’을 넘어선 ‘지배’가 될 것이오.”
김종은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자 이준명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위원장님은 핵을 들고 고립된 섬의 왕 노릇을 하는 것이 자존심이라 믿으시겠지만, 제 눈에는 그게 더 위태로워 보입니다. 군사권이 어쩌니 해도, 결국 그 힘을 빌려 우리 국민들은 풍요를 누리고 세계로 뻗어 나갑니다. 죽은 사상에 매몰되어 굶주리는 자존심보다, 실용을 챙겨 내일을 도모하는 살아 있는 종속이 훨씬 위대한 법입니다. 독자 노선이라며 중러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위원장님의 처지야말로, 또 다른 형태의 구걸 아닙니까?”
김종은의 눈썹이 움찔하며 “남조선은 미제 식민지잖아”라고 말했지만, 이준명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식민지가 아니라, 큰 제국의 힘을 이용해 작은 제국이 되려 하는 것입니다. 위원장님처럼 과거의 사상과 이념에 갇혀 있으면, 20년 뒤에도 여전히 그 낡은 핵 가방 하나만 붙들고 계실 겁니다. 정치는 관념이 아니라 결과니까요.”
“…….”
“옛 소련을 보세요. 핵무기가 정권 유지를 가능케 했나요? 미국이 핵무기를 두 번 일본에 터뜨려 발생한 참상은 너무 끔찍했잖아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민간인 수십만 명이 죽고 다쳤으니까. 미국은 사상 최악의 전쟁범죄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집중 부각시키는 작전을 썼다는 것이고. 그 후 핵무기를 서로 보유하려 하지만 그것을 실전에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핵 사용 이후의 후과가 두렵기 때문이지요. 위원장님도 핵을 앞세우지만 그것 쉽게 터뜨릴 수 있겠어요? 글구 그럴 경우 위원장님 안위는 어떻게 될까요?”

 

6
이준명의 목소리가 컸던 탓인지 잠들어 있던 도람프와 시전빙이 동시에 눈을 뜬다. 둘은 기지개를 켜면서 동시에 말했다.
“우리가 깜박 잠이 들었네.”
김종은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이준명을 향해 입을 열려는 순간 목욕탕 출입문이 요란하게 열리는 소리가 난다.
쿠당탕.
놀란 모두의 시선이 출입문 쪽으로 향한다. 열린 문으로 누군가 황급히 뛰어 들어온다. 도람프 비서다. 그가 네 명 지도자의 모습에 멈칫했지만 잰걸음으로 도람프에게 다가가 스마트폰을 내밀며 귓속말로 속삭인다.
“푸틴 대통령 전화입니다. 꼭 통화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
도람프가 방수 기능이 있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화면에는 ‘V. Putin’이라는 이름이 떠 있다. 도람프는 시전빙과 김종은, 이준명을 향해 어깨를 으쓱하며 스피커폰을 켰다.
“블라디미르! 마침 잘 걸었어. 방금 내가 여기 친구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계획을 말하던 참이었거든. 덴마크 놈들이 자꾸 튕기는데, 내가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잡아올 때처럼 군사 옵션이라도 써야 할 모양이야.”
전화기 너머로 푸틴 특유의 낮고 서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허허 도널드, 자네답군. 사실 나도 자네의 그 진지함을 높게 평가하고 있네. 그린란드는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미국이 가져가는 게 맞지. 제국은 영토로 증명하는 법이니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것이듯, 그린란드는 자네의 마당이 되어야지.”
도람프는 기분이 좋아진 듯 탕 안의 물을 발로 세게 휘저으며 말했다.
“맞아, 블라디미르! 우리는 서로 직접 부딪힐 필요가 없어. 자네는 동유럽을 챙기고, 나는 미 대륙과 북극권을 정리하는 거야. 이게 바로 19세기식 ‘먼로주의’의 현대판이지. 강대국끼리 구역을 나누면 세상은 오히려 평화로워져. 국권이니 인권이니 떠드는 놈들 입만 막으면 말이야.”
푸틴이 화답했다.
“정확해. 자네가 북극 항로의 한 축인 그린란드를 먹으면, 나도 북극해 개발에서 자네와 협력할 용의가 있네. 우리가 손잡고 북극을 갈라먹으면, 다른 자잘한 나라들이나 중국이 끼어들 틈이 없겠지. 안 그런가?”
푸틴의 말에 시전빙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탕 속에서 천천히 일어나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도람프를 쏘아보았다. 시전빙에게 그린란드는 단순한 땅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천연자원이 풍부했고 희토류는 중국 다음으로 매장량이 많아서 중국을 위협하는 핵심 대체지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곳은 중국이 구상해 온 ‘빙상 실크로드’의 핵심 요충지였다. 시전빙이 분노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널드, 블라디미르. 자네들이 19세기식 영토 사냥을 즐기는 모양인데,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그린란드에 대한 우리의 투자 계획이 실천 단계야. 그곳에는 이미 우리 중국의 자본과 배들이 가득하네. 자네들이 선을 긋는다고 해서 중국의 ‘중화몽’이 멈출 것 같은가? 희토류와 북극 항로를 자네들끼리 독점하겠다는 발상은 전쟁을 부르는 전주곡일 뿐이야.”
도람프가 시전빙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푸틴과 통화를 계속한다. 그러다가 탕 안이 떠나가라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블라디미르! 방금 내 해병대원들이 카리브해에서 아주 큰 물고기를 잡았어. 베네수엘라 근해를 지나던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거든. 마두로 놈에게 기름을 날라다 주는 건 이제 끝이야. 내가 말했지? 베네수엘라는 내 앞마당이고, 거기서 나는 기름은 내가 관리한다고!”
도람프가 호기롭게 말하자 푸틴의 화난 목소리가 스피커폰을 통해 탕 안에 울려 퍼졌다.
“도널드,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배는 러시아 국적 유조선이라구.”
“그랬나?”
도람프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목소리로 반문한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푸틴의 목소리에 독기가 서려 있다.
“도널드, 자네 지금 선을 넘고 있어. 우리 유조선을 나포한 건 명백한 선전포고야. 우크라이나에서 내가 자네의 체면을 봐주고 있는 걸 잊었나? 베네수엘라 침공은 자네의 자유지만, 러시아의 자산을 건드리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야. 즉시 석방하지 않으면, 발틱해에 있는 미국 상선들도 무사하지 못할 걸세.”
도람프가 능글거리는 미소를 짓는다. 네가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표정을 짓는다. 유조선을 나포하기 전 이미 검토가 끝난 문제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힘겨워하고 있는 판이니 미국에 대해 어떤 보복 행위도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따라 도람프는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이다. 도람프의 무반응 속에 푸틴의 고함소리가 계속된다.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시전빙이 갑자기 탕 안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에는 이글거리는 분노가 쏟아져 나온다. 시전빙은 탁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널드, 적당히 하게! 베네수엘라에는 우리 중국의 거대한 차관과 유전 지분이 걸려 있네. 자네가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공해상에서 해적질까지 하는 건가?”
시전빙은 김종은과 이준명을 차례로 바라보며 도람프에게 계속 쏘아붙였다.
“보게나! 저것이 미국의 추악한 본질이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법도, 타국의 주권도 안중에도 없지. 러시아 유조선을 나포한 건 결국 우리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겠다는 뜻 아닌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네.”
도람프는 시전빙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오히려 턱을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이봐, 겁주지 마. 우리는 이제 ‘상호 윈윈’ 같은 가식적인 말은 안 하기로 했잖아? 내가 베네수엘라를 먹고 러시아 유조선을 잡는 건, 미국이 1등 국가라는 걸 증명하는 방식이야.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중국은 동지나해에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잖아? 우리는 서로의 구역을 존중하되, 힘의 논리를 인정해야지.”
도람프의 발언에 시전빙이 중국말로 거칠게 쏘아대자 푸틴도 스피커폰을 통해 러시아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 광경을 보며 김종은이 이준명에게 나직하게 속삭였다.
“보시오, 이 대통령. 저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건 결국 누가 더 큰 고깃덩어리를 차지하느냐의 싸움일 뿐이오. 저 틈바구니에서 우리 같은 나라들이 유조선처럼 나포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오.”
이준명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대국들이 직접 부딪히지는 않으면서 작은 주변국들의 목을 죄는 이 현실… 정말 소름 돋는군요. 위원장님이나 나나,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저 거물들이 던지는 주사위에 나라가 거덜 날까 두렵습니다.”

 

7
한동안 세 사람의 다투는 소리가 요란하게 계속되면서 목욕탕 안의 분위기는 거칠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강대국들의 욕망이 부딪히는 소리가 잠잠해졌다. 도람프가 탕에서 나와 씩씩거리고 밖으로 나간 뒤 시전빙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너네 둘이 그린란드를 먹겠다면, 나는 아시아 전체를 내 정원으로 만들겠어. 나는 일본을 제재하고 대만을 압박하며 내 구역을 지킬 것이네.”
그 모습을 이준명과 김종은은 탕의 가장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보았다. 도람프와 푸틴의 담합과 뒤통수치기, 시전빙의 서슬 퍼런 경고는 21세기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약육강식의 현실을 웅변하고 있었다. 시전빙은 한동안 씩씩거리다 탕을 나와 도람프가 사라진 출입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준명과 김종은은 한참을 더 탕 속에 앉아 있었다. 호텔의 지하 목욕탕은 이제 더 이상 휴식처가 아니었다. 19세기 제국주의의 유령이 수증기를 타고 되살아나, 한반도를 포함한 지구촌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얼마 후 탕 안에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네 명의 리더는 목욕탕을 나와 각기 다른 방향의 복도로 흩어졌다. 그들이 개인 전용 휴게실에서 보좌진을 통해 본국에 타전한 ‘긴급 전문’은 한반도와 세계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었다.

 

도람프 ; “거래는 끝났다. 한국놈들은 겁에 질려 있으니 통상 압박은 유지하되, 주한미군이 수행하는 미 본토 수호를 위한 세계 작전 계획 수정안에 그들의 자금을 더 끌어들일 것. 더 큰 성과는 푸틴과의 통화다. 그린란드 매입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얻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가지는 대가로 우리는 북극의 심장을 가진다. 시전빙이 옆에서 씩씩거렸지만 상관없다. 그는 대만에 미쳐 있으니, 우리는 북극 자원과 남미의 자원 등을 챙기면 그만이다. 21세기 판 ‘영토 확장’의 시대가 열렸다. 위대한 미국을 위해 더욱 분발하라.”

 

시전빙 ; “미국과 러시아가 19세기식 ‘세계지도 놓고 땅따먹기’ 놀이에 빠졌다. 도람프는 땅을 사고, 푸틴은 땅을 빼앗으려 한다. 가소로운 일이다. 우리는 ‘빙상 실크로드’를 확보해야 한다. 그린란드가 미국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나, 대만 통일의 결정적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준명은 실용을 외치며 우리 눈치를 보지만, 결국 미국에 목줄이 매여 있다. 사드 보복은 풀지 마라. 그들이 완전히 각성하고 우리 질서 아래 고개를 숙일 때까지 숨통을 조여야 한다. 김종은은 핵을 방패 삼아 독립을 꿈꾸지만, 그의 밥그릇은 여전히 우리 손에 있다. 제국주의자들의 담합에 맞서 ‘중화몽’의 속도를 높여라.”

 

이준명 ; “정글이다. 도람프는 돈을 원하고, 시전빙은 굴복을 원하며, 김종은은 핵 뒤에 숨어 망상을 꾼다. 군사적 대미 예속의 프레임을 돌파하려면 우리가 경제 제국이 되는 수밖에 없다.
강대국들이 세계를 갈라 먹는 19세기식 제국주의가 재연되고 있다. 지금은 명분보다 실리다. 미맹(美盲)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의 기술을 가져오고, 중국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사드 문제를 관리하라. 정치는 결과다. 김종은의 핵가방이 낡은 유물이 될 때까지, 우리는 더 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귀국 즉시 기업 총수들과 후속 조치를 논의하겠다.”

 

김종은 ; “이준명은 도람프에게 천문학적인 상납금을 바치면서도 그것이 작은 제국이 되는 길이라 자위하는 꼴이 가관이다. 사상 없는 번영이 얼마나 허망한지 20년 뒤에 증명될 것이다.
도람프와 푸틴의 밀약을 확인했다. 강대국들은 우리를 장기판의 말로만 본다. 러시아 파병은 우리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일 뿐, 누구도 믿지 마라. 오직 핵과 자강력만이 우리를 지킨다. 러시아로부터 쇄빙선 기술과 우주 기술을 최대한 뽑아내라. 나는 저들이 그린란드와 우크라이나를 갈라 먹는 동안 통일 대통령의 길을 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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