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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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이면
토끼털장갑 다 젖어
두 손이 얼음장 되는 줄도 모르고
눈사람 만들며 웃고 떠들던
파란 동년 시절이
움트는 봄싹처럼 가슴 물들인다
눈 내리는 날이면
누구도 거쳐 가지 않은
은빛 비단자락에
뽀드득뽀드득 발자국 찍으며
첫사랑 고백하던
가슴 떨린 그 순간
다시 길어 올린다
눈 내리는 날이면
눈 속에 얼렸던
삶은 메주콩 꺼내주며
곁들어 아궁에 묻었던 감자까지
노릿노릿 발라주던
터실터실 갈라터진
아버지의 거쿨진 손이 떠오른다
눈 내리는 날이면
하얗게 소복단장한
창밖의 나목 바라보며
소쩍새 울음 따라 하늘 가신
무명치마 입으신 엄마 모습
더듬고 또 더듬는다
마냥
눈 내리는 날이면
추억에 그리움을 이겨
색바랜 가슴 칠하고 또 덧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