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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중심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순애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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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네루*로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철근과 드릴 망치 또는 못까지 가세해 우왕좌왕했어요 
여차하면 한 번 공격해 볼 심산으로요
건축 현장은 늘 소란이 왕성했답니다

 

결국
인부들 기울어진 어깨의 그늘 밑에는
종잇장같이 힘없는 운동화가 날카로운 못에 지배되었지요
라이터로 생살을 태우고 연기가 진동하면 망치로 두드렸습니다 
파상풍의 예방이고
어슴푸레해진 병원은 가슴속 강 건너에 실눈을 하고 있을 뿐

 

짊어진 건축물을 반듯하게 세우기 위해 절뚝였어요
어둑한 석양 아래 눈의 동공은 두 배가 됐죠
원래 극빈이 극한의 중심이 될 때 눈동자는
그렇습니다
하루 해가 전 재산인 노동자들
비를 물고 있는 구름에 가족들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라이터가 필수가 아닌 것에 오히려 더 환한 빛이 따라붙을 때
그쯤 어디에서
살 타는 냄새 대신 고기를 굽죠
막걸리 한잔 따르는 소리가 못에 찔린 아픔을 건너 강으로 향했습니다
서럽던 이름표
구름을 깨뜨리고 노동이 미래의 심장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어요

 

가난이 가난을 업고 들고나던 현장
극한의 중심에서 벗어나 구멍 난 운동화 대신 튼실한 햇살
동공의 두 배가 되어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락거리기 시작했죠 
빛의 아우라는 더이상 소란의 모양이 아니었답니다

 

*데네루 : 레미콘이 없어 시멘트와 자갈모래를 넣고 물을 부으며 양쪽에서 삽으로 섞어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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