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50
0
사람의 향기 속에서 꽃들도 새들도 사랑이 무르익는 계절
자전거는 빌딩숲을 지나 태양을 향해 달린다
자전거에 탑승한 시간은 썰렁한 바람을 가르고
번민하고 고뇌하던 삶의 언저리를 지나
잠이 덜 깬 새벽이슬 사이로 페달을 돌리니
자분자분 아릿하게 실핏줄이 튕겨 나온다
바큇살 안으로 삐끗거리고 서걱거리는 소리
창백한 노구는 심연으로 골수가 쏟아진다
구부러진 지팡이 명치끝 스치는 바람
그루터기 삭정이는 울음을 사위어 가고
황혼은 햇살을 등짐 지고 무겁게 굴러간다
기름 빠진 바퀴는 조바심을 태우고
일기장 속 수많은 사연을 접었다 폈다
옷섶에 스며든 바람을 여미며 페달을 밟아 간다
산등성 자락에는 지난한 시절의 풍경 소리 요란하고
고요히 요동치는 는개 속에는 구름과 버무려진
악보 없는 바람의 음절들이 또 다른 나를 찾으려
정형외과 입구에서 탑승자 명단을 작성하고
이름 모를 새들과 깃을 세우고 깊은 산속 처방전 없는
약초 이름들을 읊조리며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