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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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틈에 서성거리던
무심한 어둠의 동공처럼
가을 들녘에서 고개 숙인
황금빛 벼이삭처럼
밖에서 고개 들지 못하여도
끊임없이 떠오르는 두 얼굴
비바람이 휘몰려오는 날은
찬란하다 못해 더 부시다.
미간처럼 좁은 길모퉁이마다
가까이에서 맑은 눈인사로
서로 안부를 묻지 못하여도
때때로 속속들이 빈틈까지
그냥 거미처럼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 입동 날씨 예보처럼
습설은 무겁다고 말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동안만큼은
제주 안덕 사계리 형제섬으로
바람 품고 길 나서지 않아도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