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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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물결을 지키던 금강의 쇠다리
들썩이는 굉음과 함께 날아가고
하늘이 무너지나 땅이 꺼지나 간데없네
나는 동냥승처럼 봇짐 지고 떠났네
사람들아 이 즐거운 잉어 떼를 보아라
먹이를 찾는 것보다 떼 지어 이리 가고
저리 가는 모습을 보아라!
어찌 총과 칼이 두려워 봇짐 지고 어디로 갈지
내 신세는 마산에 이르니
어느 빈집 쪽마루에 지고 온‘국사대관’‘시집’
소낙비 맞아 해졌지만
베개로는 쓸 만하여 잠들고 말았네
오! 다다른 부산이여
영주동 판잣집 항구가 아름답게 보이네
쓰다고 달다고 하지 마라
시다고 맵다고 하지 마라
참혹한 꿈이여 아수라의 꿈이여
아! 그 착하고 올바른 내 친구 간데없네.
운동장 한복판에 매장되어 있고
무엇을 안다고 사람들을 따발총으로 쏘아대
샘물에 잠겨 있는 시체 더미
이들은 모두 내 이웃 친구였네
지금도 귀에 들리는
거대한 군함의 기적 소리
갈매기 떼의 날갯소리
그 소리는 영주동 하꼬방
창호지 틈으로 그림처럼 남았네
*영주동: 부산 중구 언덕 위에 지어진 피난민의 임시숙소가 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