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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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가장 먼 높이에서
한 점 은빛이 어둔 거리를 조용히 덮고
흔들리던 바람과 마음은
그 빛 아래서 잠시 결을 고른다
겨울은 차갑게 다가오지만
그 속엔 오래 숨겨둔 체온이 맥처럼 스며 있고
멈춤은 얼음이 아니라
봄을 품은 흰 씨앗의 은밀한 숨이다
고독이 스며들 때마다
우리 마음은 본능처럼 따뜻한 쪽으로 기울고
얼음 아래 느린 진동은
새 계절이 땅속에서 먼저 이름을 얻는 소리다
석양은 사라짐이 아니라
내일을 더 밝히기 위해 자신을 덜어내는 빛이고
인생도 그 빛처럼 낮아졌다 다시 솟구치며
제 계절의 방향을 찾아간다
나는 가슴 깊은 자리에서 점점 풀려 오르는 온기를 들으며
아직 누구도 불러준 적 없는 봄을
먼저 마음 쪽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