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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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날 아침이 밝아오면
엿장수 가위 소리에 침 흘리며
사이다병 소주병 엿 바꾸어 먹었지
그것도 없으면 멀쩡한 고무신까지
몰래 갖다 주고 엿으로 바꾸었지
사내아이들은 엿을 툭 반으로 잘라
누구의 구멍이 더 크나 내기를 했고,
엿치기에 진 아이들은 구슬을 빼앗겼지
보름달이 뜨면
아이들은 산으로 몰려가
짚단에 불을 붙이며
하늘을 향해 복을 빌었지
그런 뒤 자치기 널뛰기 그네뛰기를 하거나
하늘 높이 연을 날리며
남자애 여자애 할 것 없이 같이 놀았지
저녁노을이 길게 드리우면
나는 개똥이 한가득 쌓인 민들레밭에 앉아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나는 두 손 모아 달님께 간절히 빌었지
달님, 우리 부모님 건강하게 해주세요
내년에는 나도 공부 잘하게 해주시고요
그의 짓궂은 미소가 따뜻해지기를
외삼촌의 손길이 부드러워지길
달님은 내 작은 소망을 품고
하늘 높이 떠올랐던 거야
나는 그 빛 아래서 희망의 씨앗을 심었지
나이는 어려도 빌어야 할 게 참 많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