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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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와 우기는 멀고도 가깝다
보이지 않는 승리를 벼리던 습기들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침묵 속에 숨어
촉촉이 젖겠다며 기회를 노려
제습기를 켜자
낡은 관절 기침하듯 떨고
투명하고 싸늘한 바람
공중으로 부드럽게 부딪치며 날아올라
기습적으로 시간의 경계 없이 뒤엉킨다
골인 지점은 넓고 넓은 우주
젖은 몸은 방황을 멈추지 못해
이끼처럼 무너지고
무릎도 빗속을 오래 걸은 듯
저릿저릿 습기를 삼킨 채 흔들린다
몸을 접는 순간
웅크린 두 개의 세계가 열린다
건기가 몸을 비틀면 우기가 기우뚱거려
작은 호수가 일렁이며 반짝이고
깊숙이 갇혔던 침묵은 조용히 세상을 적신다
언제든 물이 되어 흐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