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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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흙벽을 두른 황초굴은 뜨거운 전장이고
고통이 좀 스는 우리 엄마 가슴은 활활 탔다
잘 엮인 담뱃잎이 굴비두릅같이 층층으로 걸렸다
사흘 밤낮으로 불을 때는 엄마 적삼 밑에 쓰린 땀띠가 솟을수록
황초굴 안의 담뱃잎은 노랗게 쪄갔다
숨도 못 쉬게 꼭 끌어안고 버티는 시간
불 조절에 안간힘을 쓰는 엄마도 누렇게 떠갔다
숯가마에서 잘 구워진 그릇들이 세상에 드러날 때
도공의 눈은 빛났을까
정제된 그릇에 담긴 흙의 생각들이
상처 하나 없이 뭉클한 살 속의 기억을 더듬어
온전한 형태로 제 자신을 담아냈을까
비탈진 밭고랑을 흘러내리는 바람은 다급했고
자신을 태워 안전지대를 구축할 담뱃잎의 조바심은
여름을 끓게 했다
겹겹의 깃털 같은 행간을 저울질하며
숨통을 조인 황초굴 문이 열리고
노랗게 쪄진 담뱃잎이 드러나며 엄마 눈도 환해졌다
새끼줄에서 빼낸 담뱃잎이 깡마른 가난을 잠재울 꿈을 꾸면서
여름 한 철 뜨겁게 달궈지던 황초굴이 청춘을 다 했다
아궁이 속 조개탄 불이 사그라지고
엄마의 피눈물을 빼먹던 담배농사도 사그라지고
할 일 잃은 황초굴도 삭아 내렸다
삭는 건 사라진다
고통으로 좀 슬던 엄마의 가슴은 삭아 흙이 되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황초굴도 삭아 바람이 됐다
세상에 없는 자리에 한 생애를 덮어쓴 굴레가
뜨겁던 시절로 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