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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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안개처럼 쳐들어와 여린 살 헤집고
꽃 피웠으니,
내가 애써서 쫓아내지 않더라도
어서 스스로 돌아가게나.
볕바른 안마당에 멋대로 스미어 수놓듯
꽃 피웠으니,
내가 칼날로 도려내지 않더라도
어서 스스로 돌아가게나.
무심한 틈을 비집고 텃밭 아랫목에
꽃 피웠으니,
호미랑 괭이, 내가 솎아내기 전에
어서 스스로 돌아가게나.
가장 은밀한 목숨에 애간장 에이도록
꽃 피웠으니,
내가 채찍 휘둘러 몰아내기 전에
어서 스스로 돌아가게나.
새순만 고르는 술꾼처럼 뜸뜨며 몰래
꽃 피웠으니,
내가 하늘의 번개로 지지기 전에
어서 스스로 돌아가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