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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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무상함을 알려주는 바람이 쌀쌀한 초겨울이 시작하는 날 나서 본 김장 봉사, 누구에게나 김장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많다.
도시생활에서의 어릴 적 우리 집 김장은 기본이 100포기, 아래채 아주머니들이 함께해 주시던 멋모르고 지났던 김장, 엄마의 보쌈에 “맛나다”를 되뇌며 받아먹던 보쌈김치 맛. 어른 되어 결혼 후 시어머니의 손맛에 시중들어 만들었던 김장김치, 농촌의 김장은 아름아름 오셔서 도와주시니 식사 준비와 간식을 도와드리고 직접 할 기회는 없었지만 늘 냉장고 가득, 땅속 항아리 가득 봄까지 먹을 양이 비축되곤 했다.
시어머니 떠나시고 시누 형님이 해마다 주시는 김장김치에 감사함을 전했던 내게 이웃이 전해 준 배추·무에 양념까지 밭에서 뽑아다 하란다. 멋모르고 시작한 김장! 15포기였지만 겁없이 달라든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지 모르고 시장 친구와 이웃과 서너 번 해 보고 핵가족 둘이 먹다 보니 넘쳐나는 김치, 먹는 양에 비해 이것도 낭비라 생각이 든다. 이웃 하는 편에 6∼7포기, 10kg 딱 한 통, 이 정도면 충분하다. 올해도 일찍이 김장을 마쳤다.
내게 김장은 단체 김장 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번 김장 봉사는 3년째 복지관에 나눔해 주시는 젓국이 맛나기로 유명한 여성어업인 회원들과, 내가 힘쓰고 있는 기관의 운영위원들과 직원이 동참하는 1000포기 나눔이다. 생각만으로 엄청난 양이다. 거기에 절임배추 300포기가 더 있단다. 모두 1300포기!
밖에서는 배추를 쪼개 절이고 창고 안에서는 재료를 준비한다. 파, 갓, 양파, 배 등 손질 중, 비에 어둠이 내려앉는 날씨가 순간 찾아온다. 모두 들어와 일부는 쉬며 간식 시간, 우리 기관 국장님과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쉬지 않고 현수막을 달며 주변을 살핀다. 잠시 비와 어둠의 장막이 거치고 다시 해님이 방긋 웃는다. 재료를 씻어 온다. 샘솟는 지하수에 양념 준비도 마쳤다. 썰고 썰어 봉지에 소쿠리에 쌓여 간다. 넉넉히 무를 채 친다. 기계로 작게 무를 잘라주는 베트남 장정들. 기계의 힘을 빌어, 차곡이 쌓여 가는 배추속 무를 끝으로 오늘 봉사는 끝이 났다.
다음 날 8시 30분 도착, 벌써 오신 봉사자와 회원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계셨다. 커피 한잔 하고 베트남 친구들과 남자 봉사자분들이 절임배추를 씻어 쌓아주신다. 미리 가져다 둔 절임배추 300포기 머리 다듬기 전 상자 스티커를 붙이는 일에 과장님과 동참, 모든 봉사자들이 도착하며 착착 진행되어 간다. 정말 많다. 넓은 통 6개에 넘쳐나는 양념, 붉게 물들어 가며 배추를 기다린다. 지게차로 직원이 배추를 옮겨준다. 일부는 머리꼭지를 따준다. 길게 탁자 위에 비닐이 깔려 준비된 곳에 배추와 양념이 쌓여 간다. 길게 늘어선 봉사자들과 함께 배추 한 장 한 장 붉게 물들이며 단장을 해 본다. 벌써 한 박스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박스를 올려주면 순식간에 채워지는 김치.
2013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문화가 된 김장. 김장을 통해 만들어진 김치가 가면 갈수록 유럽에서 인기다. K-POP과 함께 유명해진 코리아! 음식은 단연 발효식품이라 김치가 최고! 우리나라도 아닌 해외에서는 김치학교 설립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유럽의 여러 곳에서도 한일촌 중심으로 사각사각하며 붉은 고추맛과 어우러진 김치가 적당히 매워 마음에 쏙 든다고 유럽인의 인터뷰까지 방송은 전한다.
11월 마지막 주, 첫 추위에 소나기에 우박까지 내리며 요동치던 날씨! 봉사자들의 따스한 마음에 이 또한 지나가고 포근해졌다. 이틀 간 100여 명의 봉사자들의 정성으로 명품 김장이 완성되어 각 단체별로 나눔 분량을 차량 가득 싣고 떠나간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명품으로 만들어낸 사랑의 선물, 올겨울도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다양한 분들을 대표하여 봉사자 여러분과 나눔을 베푼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보령수협분회 회원들에게 연말의 끝, 한 편의 글로 감사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