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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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얍! 이얍! 나가고 싶어!”
용쓰고 나온 세상
너무 눈부시고 아름다워
두 날개 팔랑팔랑
드높이 날아보네.
해님이 살포시 들판에 내려앉은 봄날,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세상에 나왔어요.
“아이, 눈부셔!”
“너무 신기하다!”
엄마나비가 말했어요.
“애들아, 마음껏 날아보렴. 많은 꽃들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단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세상을 멋지게 살아보렴.”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어요.
높이 나무 위에 하얀 꽃이 피어 있었어요.
“와, 꽃잎이 우리보다 더 크다.”
“정말 아름답다.”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눈이 둥그래져 꽃들을 바라보았어요.
“나비님, 어서 오세요. 여기서 좀 쉬어 가세요.”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하얀 꽃에 내려앉았어요.
엄마와 아이가 꽃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엄마, 이 꽃 이름이 뭐예요?”
“나무에 핀 연꽃 같지. 그래서 목련이라고 한단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야. 얼굴을 북쪽을 바라보고 있지.”
“왜요?”
“응, 원래 목련은 하늘나라의 예쁜 공주였는데 씩씩한 북쪽 바다의 신을 사랑했대. 그를 찾아 추운 북쪽 바다를 찾아갔는데 그는 이미 결혼한 여자가 있었대. 공주는 울면서 돌아와 병이 나서 죽고 말았단다. 공주의 영혼이 이른 봄 목련으로 피어나 북쪽을 바라보며 꽃을 피운 단다.”
목련나무 아래서 아이가 소리쳤어요.
“엄마, 저기 나비들이 있어요!”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아이에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어요.
멀리 황금빛 노란 꽃들이 줄지어 활짝 피어 있었지요.
엄마닭과 병아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엄마닭이 말했어요.
“얘들아, 개나리 꽃잎을 잘 보렴. 꽃잎이 네 개지. 개나리는 가난한 네 식구가 추운 겨울에 손을 꼭 잡고 잠을 자다 불이 난 줄도 모르고 그만 불에 타 죽었단다. 그 뒤 불난 자리에 노란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개나리라고 부른단다.”
“개나리꽃 전설은 너무 슬프다.”
나비들은 마음이 아파 날개를 떨구었어요.
꽃향기를 가득 실은 바람이 불어왔어요.
“흠- 향기로워라.”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멀리 분홍 꽃밭으로 날아갔어요.
무리 지어 분홍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지요.
꽃 앞에서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말했어요.
“할미가 어렸을 때는 이 진달래꽃을 따 먹곤 했단다. 꽃 끝에 꿀이 묻어 있어 달콤했거든. 진달래꽃을 따서 술도 담그고, 화전도 부쳐 먹고 했지.”
“할머니, ‘화전놀이’ 동요 들려주세요.”
“그래, 그런데 기억이 잘 날지 모르겠다.”
할머니는 허리를 쭉 펴고 노래를 부르셨어요.
진달래 꽃 피는 봄이 오면은
나는야 언니 따라 화전놀이 간다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를 깔고
진달래 꽃전을 같이 지진다
달님처럼 둥그런 진달래 꽃전은
송홧가루 냄새보다 더 구수하며
나는야 언니하고 같이 먹으면
뻐꾸기도 달라고 울며 조른다
그때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삐종, 비비죵죵- 비비죵죵-.”
“지지배배 지지배배-.”
바람이 춤추며 소리쳤어요.
“종달새님! 더 높이 높이 날아보세요.”
“제비님! 더 멀리 멀리 날아보세요.”
노랑나비와 흰나비도 신이 나서 날아갔지요.
나무마다 눈부시게 하얀 꽃들이 활짝 활짝 피어 있었어요.
꽃나무 아래 소풍 나온 가족들이 보였어요.
“엄마, 꽃눈이 내려요!”
“그래,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눈이로구나.”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꽃잎과 함께 춤을 추며 날아갔어요.
들판에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있고 나비들이 즐겁게 놀고 있었지요.
“안녕하세요? 나비님들, 저희는 노랑나비, 흰나비예요.”
“어서 오세요. 나는 호랑나비, 선생님 나비지요. 모르는 것은 물어보세요.”
“이 작은 보랏빛 꽃은 누구인가요?”
“저 향기로운 보랏빛 꽃은 누구인가요?”
“이 꽃은 제비꽃이고 저 꽃나무는 수수꽃다리란다. 모든 꽃들은 저마다 전설을 갖고 있지. 대부분 전생에 예쁜 여자가 누군가 사랑하다 죽어서 꽃으로 태어난 게 많지.”
“왜 꽃의 전설은 슬픈가요?”
“슬프지만 그 속에 진실함이 있어 아름답지.”
“그럼 제비꽃 전설을 들려주세요.”
호랑나비는 제비꽃의 전설을 들려주었어요.
옛날 아주 먼 옛날 아름다운 이아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어.
소녀는 양치기 소년 아티스와 서로 사랑을 했지.
미의 여신 비너스가 아티스를 귀여워하고 아끼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아들 큐피트를 불렀어.
“아니? 내 허락도 없이 사랑을 하다니…. 아들아, 너의 두 개의 화살로 각각 쏘아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아라!”
“어머니, 노여움을 푸세요.”
“아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큐피트는 이아에게는 영원히 사랑이 불붙는 황금 화살을, 아티스에게는 사랑을 잊게 하는 납 화살을 쏘았어.
황금 사랑의 화살을 맞은 이아는 아티스가 못 견디게 그리워 찾아갔지만 아티스는 이아를 쳐다보지도 않았지.
“아, 사랑하는 아티스. 저의 사랑을 받아주세요.”
하지만 아티스는 냉담하게 돌아가버렸어.
“어쩜, 이럴 수가….”
이아는 너무 슬퍼하며 울다 지쳐 그만 죽고 말았어.
이것을 본 비너스는 가여운 마음이 생겨 후회하며 꽃으로 피어나게 했지.
“이런 바보스럽게 죽다니… 너는 작고 예쁜 꽃으로 피어나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라!”
이 꽃이 바로 제비꽃이란다.
호랑나비 이야기가 끝나자 나비들은 제비꽃에 날아가 입맞춤을 했어요.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호랑나비 선생님이 말했어요.
“애들아, 비에 맞으면 날개가 젖어 날아다닐 수 없으니 비가 올 때는 큰 나뭇잎 뒤로 피해 몸을 보호해야 한단다. 비가 그치면 꽃들은 누구를 기다릴까?”
“나비를 기다려요.”
“맞아요. 모든 꽃들은 나비들이 사랑해 주기를 기다리지요. 모양도 색깔도 향기도 다른 꽃들이 우리를 향해 매일 부르고 있어요. 그래서 우린 쉼 없이 꽃들을 찾아가 꿀도 먹고 꽃가루도 옮겨주고 바쁘게 살다 나중엔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
“그럼 우리도 언젠가는 죽게 되네요.”
“그렇지. 하지만 가엾게 죽는 게 아니고 새롭게 태어난단다.”
“다시 태어난다고요?”
“너희들이 많은 꽃을 만날 때 제일 마음에 드는 꽃을 신부로 정하는 거야. 신부로 정한 꽃에게는 특별한 관심과 배려로 사랑을 나누며 지내야 한단다. 그러다 생을 마감할 때는 신부 꽃에 가서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날개를 접고 그 꽃 속에서 잠들면 돼. 그러면 너희는 어둠이 지나 새벽에 생명의 이슬로 다시 태어나게 되지.”
“신부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신부를 정하지 않은 나비는 쓸쓸하게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말지.”
“선생님, 그럼 선생님 신부도 있나요?”
“그럼, 나의 신부 꽃에게 날아가 볼까?”
호랑나비는 노랑나비와 흰나비를 데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꽃에게 날아갔어요.
“어서 오세요. 나비님.”
“애들아, 이 꽃이 나의 신부란다. 함박꽃이라고 부르지.”
“나비님, 무척 피곤해 보이네요. 내 안에서 편히 쉬세요.”
“아름다운 나의 신부여!”
호랑나비는 함박꽃에게 입맞춤을 하고 날개를 접었어요.
“애들아, 내일 아침 일찍 이곳에 와 보렴. 안녕!”
“안녕! 선생님.”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훨훨 날아갔어요.
이튿날 이른 아침,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함박꽃을 찾아갔어요.
싱그럽게 피어 있는 함박꽃 꽃잎에는 눈부신 햇살에 투명한 이슬방울이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었어요.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날개를 사부작사부작, 눈물이 글썽글썽 고였어요.
“우리도 아름다운 신부를 찾아 떠나자.”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날개를 너울너울 향기로운 꽃을 찾아 날아올랐어요.
노랑나비와 흰나비는 어떤 꽃을 신부로 정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