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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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돼지가 젖소를 보고 불평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머리부터 발, 그리고 피부 껍질까지 모두 주며, 머리는 고사상에 올라 사람들의 복도 빌어주는데, 왜 사람들은 너를 더 높이 평가하는지 모르겠어.”
돼지의 말에 젖소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너는 죽은 후에 머리부터 발까지 모든 것을 내어 준다지만, 나는 살아 있는동안에 사람들이 건강하도록 내 몸의 우유를 기꺼이 짜서 내어주고 죽은 후에도 아낌없이 다 주거든.”
그렇다. 살아서 더 가지려 더 움켜쥐려 욕심내며 살아온 삶이 죽은 다음에 다 준다고 해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나눌 줄 아는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내 것을 줄 때는
뒤에 서지 말고 타인의 것을 받을 때는 앞에 서지 말라’고 했다.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행복은 부(富)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따뜻한 관계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했다.
그는‘행복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따뜻한 가족과 친구, 동료 이웃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외형적 조건보다는 가까운 이들과 함께 쌓아 가는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임마누엘 칸트도‘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개인 중심의 행복과 성공에 집착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도우며 너와 내가 모두 잘되는(Win-Win) 관계만이 개인의 행복과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사회는 교향악과 같아서 모든 악기가 저마다 제소리를 내지만 남을 해치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누구나 자기만의 빛깔과 향기가 있다.
소동파의 아버지 소순(蘇洵)은‘국가는 한 사람으로 인해서 흥할 수도 있고, 한 사람으로 인해서 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문학단체 역시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회장의 자리가 권위가 아닌 자성(自省)과 자계(自戒)의 자리, 봉사의 자리라는 생각으로 겸허히 임하고 있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에 사랑과 신념을 갖고, 자기만의 빛깔과 향기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빛난다.
정채봉 아동문학가의「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짧은 동화의 내용이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에게 헌 옷걸이가 말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히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아동문학은 문학의 뿌리이며 근원이다. 사람이 어린이에서부터 출발하듯이 문학은 푸른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아동문학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그렇기에 아동문학가로서 긍지를 느끼면서“동심으로 살면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라는 말을 늘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상황에 발맞추어 아동문학만의 독창성을 추구하고 울림과 움직임이 있는 문학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 길이 가깝다 해도 가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하며 일이 작다고 해도 행하지 않으면 성취되지 않는다. 항구에 항상 머물러 있는 배는 언제나 안전하지만, 그것은 배의 존재가 아니기에 망망대해를 향해서 희망을 품고 미래로 떨치고 나아 갈 때 배가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헌신 봉사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만지일근(萬枝一根)이라는 말은 1만 개의 가지가 있어도 뿌리는 하나라는 뜻이다. 한 뿌리에서 각기 모양과 색깔이 다른 꽃들이 피어나듯, 우리는 모두 각자 하는 일과 믿는 종교가 달라, 모양과 색깔이 다르게 보이지만 우리는 문학이라는 하나의 뿌리로 만났다. 오래 함께하려면 좋은 관계가 필요하지만 좋은 관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남에게 꽃을 주면 내게 향기로 돌아오지만, 남에게 오물을 던지면 내 손에 오물이 묻는다. 만남에 대한 책임은 하늘에 있다고 한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책임은 우리 사람에게 있기에 늘 최선을 다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랑해야겠다.
태양이 없으면 이 세상은 암흑으로 변할 것이다.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한다. 이 세상에 문학이 없다면 태양 없는 세상처럼 어두워지고 소금 없는 바닷물처럼 썩어질 것이다. 또‘매일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세상은 황량한 사막이 될 것이지만,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우리 문학인들은 태양같은 존재로 세상을 밝히고 소금 같이 세상을 썩지 않게 하며 마르지 않는 샘물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
평소 즐겨 쓰는 서산대사의 시를 옮겨본다.
눈을 밟으며 들 가운데를 갈 때는(踏雪野中去)
발자국을 어지럽게 걸어가지 말자(不須胡亂行)
오늘 내가 남겨 놓은 이 발자국이(今日我行跡)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遂作後人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