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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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처럼 달리자
병오년(丙午年),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의지로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불의 기운을 머금은 붉은 말은 주저함이 없이 대지를 박차고 내달린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시대 또한 그러하다.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예측 불가능한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은 내일을 향해 적토마처럼 치달리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힘찬 응원이자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달리는 말 등에 앉아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쟁 사회의 첨예한 긴장 속에서 인간의 내면은 점차 메말라 가고, 문학적 감수성은‘비효율’이라는 몫 아래 가장 먼저 도태되는 덕목처럼 취급받고 있다. 자극적인 디지털 문화가 순간의 쾌락과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며 사유와 성찰의 시간이 있어야 하는 문학의 생태계를 끊임없이 교란하는 요즘, 문학이 과연 이 시대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문학이 다시금 일어서 달려야 할 시간인지 자문하게 된다.
얼마 전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의 신춘문예 시상식에 초대되어 당선자들의 소감을 들으며 문학이 꿈꾸어야 할 내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현실을 향한 치열한 질문이 함께 담겨 있었다. 문학은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상아탑의 언어가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 숨 쉬며 시대의 언어를 새롭게 번역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학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학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현실과의 접점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문단에 상복이 터졌다. 전국적으로 문예지나 동인지 유형의 문학지가 3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관 문학단체에서 시상하는 상, 유명 언론사나 문예지에서 제정한 문학상은 물론, 문학 동호인끼리만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하는 문학상까지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해당 지역 출신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이 활발히 장려되고 있다. 지방에서까지 각기 다른 이름을 달고 시상하는 예도 있다. 이 상들이 과연 상명처럼 제 몫을 하는지 의문스럽다. 날로 급증하는 상이 과연 바람직한지 질문을 던진다.
AI를 통해 급진적으로 변모하는 세계적 변화의 속도 또한 문학 앞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텍스트를 생산하고 이미지를 창조하며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문학은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본질을 더 또렷이 드러내야 한다.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고유한 체험, 고통의 기억, 윤리적 갈등, 존재에 관한 질문은 여전히 문학의 고유 영역이다. 기술의 진보를 두려워하기보다 그것을 시대적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문학의 언어로 다시금 사유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문단의 중심에서
(사)한국문인협회는 한국문단의 중심으로 이러한 시대적 전환점에서 더욱 분명한 역할과 방향성을 요구받고 있다. 천년고가는 굳건한 대들보 위에 선다. 그렇듯 한국문단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한국문협의 과감한 변혁과 확고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현 집행부의 부단한 노력으로 한국문단이 많은 변모를 보인다. 그래야만 전국의 지회와 지부에 속한 문인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형식적 운영을 넘어 실질적 연대와 소통, 세대 간의 교류와 창작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적 비전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사)부산문인협회를 책임지고 있는 장으로서 지역 문학의 가치는 더 주목받아야 한다고 본다. 지역은 중앙의 변주가 아니라 고유한 특성이 있는 창작의 원천이다. 각 지역의 역사와 언어, 풍습을 품은 문학은 한국 문학의 저변을 단단히 지탱하는 뿌리이다. (사)한국문인협회는 이러한 지역 문학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전국의 문인들이 동등한 창작 주체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정신적 토대를 마련해 주는 데 앞장서고 있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월간문학』 ‘지역편’으로 지역 협회의 소개와 더불어 지역 소수 회원 원고를 게재한 점이 그것이다. 지면상 다수 지역 회원이 참가하지 못하는 점은 아쉬웠다.
(사)부산문인협회에서는 ‘지역문학교류제’를 13년째 이어오고 있다. 서울을 포함 전국 17개 지회 지부에서 매년 참가하는 ‘지역문학교류제’를 통해 각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과 변별성이 강조되면서도 관습과 타성을 극복한 문학성으로 소통하고 화합한다. 이러한 자리를 매년 이어가는 것은 시대를 대변하고 문학적 성취를 고양하고자 하는 목표를 다양하게 펼쳐 나가려 함이다. 이에 (사)한국문인협회에서도 지역의 편차를 줄이고 특성을 살려 문학 발전에 더 애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시대적 책무를 외면할 수 없다. 마음 머물 곳 없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안식의 공간을 내어주고, 때로는 잘못된 가치관을 향해 호되게 꾸짖을 수 있는 용기 또한 문학의 몫이다. 문학은 위로이면서 동시에 질문이며 공감이면서 동시에 비판이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 그것이 문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일 것이다.
우리 (사)한국문인협회도 김호운 이사장과 집행부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월간문학』과 『한국문학인』 ‘웹진’ 아카이브 구축, ‘한국문협방송’을 개국하면서 시민들과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한국문단의 깊은 뿌리로서 여러 단체의 길라잡이로 우뚝 서서 병오년에는 전국 지회와 지부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
문학이 시대의 뒤안길로 밀려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길잡이로 다시 한번 고삐를 움켜쥘 것인지는 우리 문인들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의지로 문학이라는 이름의 적토마를 달리게 할 시간이다. 문학이 지닌 잠재적 치유의 힘과 사회적 근간의 역할을 믿고, 문학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지켜내는 정신의 보루임을 다시 깨달아 올해도 열심히 문향을 발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