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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다말 이야기

한국문인협회 로고 문영주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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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서 쇼핑 중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진열장 속의 강아지 인형이었다. 하얀 말티스 강아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저를 데려가 주세요.’
은총이랑 처음 만났던 꿈들이가 생각났다. 꿈들이는 은총이가 동생처럼 여기는 강아지 이름이다. 은총이에게 주어야겠다. 데려와 거실에 두고 보았다.
‘언제 제 주인을 만날 수 있나요?’
나에게 묻는다.
‘기다려라.’

 

성경에는 세 명의 다말이 등장한다. 첫 번째 다말은 누구인가. 신약성경 마태복음 1장에는 족보가 나온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계보가 예수님께 이어지는 족보이다. 모두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족보에 다섯 사람의 여인들이 등장한다.
맨 처음 등장하는 여인은 다말이다.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았다고 기록되고 있다. 다말이란 여인은 누구인가. 창세기 38장에는 놀라운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유다의 행적이 놀랍도록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조상들의 찬란하고 위대한 역사를 말하면서 어쩌면 수치스러운 가정의 이야기를 삽입시킨 성경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위대하다.
유다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큰아들 엘의 아내가 다말이었다. 다말은 유다의 며느리이다. 다말은 유다의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처지가 아닌가. 그 시대 그 민족들의 풍습은 오늘 이 시대에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아들을 꼭 낳아야 하는 여인들의 운명이 슬픈 시절이었다.
다말은 과부가 되고 유다는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낸다. 그 시대 여인들은 쫓겨난 데다 아들이 없는 신세는 너무나 가련하였다. 아무 희망도 없는 서러운 신세가 된 다말은 그러나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말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그리고 해서는 안 될 일을 꾸며 시아버지 유다의 아들을 낳는다. 베레스와 세라 쌍둥이를 낳는다. 이렇게 다말이란 여인은 예수님의 족보에 당당하게 등장하는 첫 번째 여인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의 여인을 추억한다. 비참한 신세를 딛고 인생을 새롭게 개척하여 버린 운명의 여인 다말이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두 번째 다말은 다윗왕의 딸이다. 구약 사무엘하 13장에 등장하는 다말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압살롬은 친오빠였다. 그러나 압살롬의 친여동생 다말은 이복오빠 암논으로 인하여 불행의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다윗왕의 공주였지만 왕세자격인 이복오빠 암논에게 몹쓸 일을 당하고 말았다. 친오빠 압살롬은 이 일로 분노하였다. 아버지 다윗은 이 사태를 방관하였고 압살롬은 다말의 슬픈 운명을 보며 복수의 칼을 갈게 된다. 왕세자격인 형 암논을 암살하고 망명을 하게 되고 이 일로 인하여 아버지 다윗왕에게 반역하고 내전이 일어나고 압살롬은 죽게 된다. 유일하게 자기를 위로하고 사랑해 준 오빠의 비극으로 다말은 말할 수 없는 슬픔 속에 살았으리라.
압살롬에게는 딸이 있었다. 딸이 태어나자 불행한 여동생의 이름을 주었다. 그가 세 번째 다말이다. 성경에는 더 이상 두 사람 다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아버지 다윗왕을 대적한 반역자의 딸과 그 여동생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두 사람 다말은 아마도 함께 살았으리라. 오빠 압살롬과 아버지 압살롬을 그리워하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살아갔을 다말을 생각한다.

 

나는 네 번째 다말을 강아지 인형에게 지어주었다. 다이소에서 만난 말티스 인형이라서 다말이다.
‘지금 한참 사춘기를 앓고 있는 은총이에게 주어야지. 혹시 받아주려나. 너는 주인에게 사랑받아라. 주인의 품에 안겨 잘 살아라.’
인형을 너무 좋아하여 침실에는 각종 인형으로 꽉꽉 채워졌고 모두 자기 이름을 지어 사랑했는데 어느 날 은총이는 인형들을 내치기 시작하였다. 버려지는 많은 인형을 나는 수습하여 병원 집으로 피난시켰다. 내가 기도실로 쓰는 다락은 인형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은총이는 반드시 다시 인형들을 찾으리라.
다말은 그때 나를 만나게 되었고 거실에서 애처롭게 주인을 기다렸다. 몇 달이 지났을까. 할아버지 집에서 처음 만난 인형을 보더니 집으로 데려갔다. 다말이란 이름도 그대로 부른다. 그리고 은총이는 버렸던 인형들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다말은 저녁마다 주인의 품에서 잠을 잔다.
네 번째 다말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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