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7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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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평생학습관을 간다. 오목천 버스 정류장에서 700-2번을 타고 벚꽃길 황구지천 가로질러, 환승역을 거쳐 가면 옛 고등동 사무소가 보이고, 모교인 수원여자고등학교를 지난다. 17살이 된다.
팔달산 서장대 길에 만나는 경기도지사 관사는 하얀 건물 그대로 시민 공간인 도담소, 근대 문화유산이다. 화서문 지나 비둘기도 놀러 나온 장안문 공원에 눈향나무가 바짝 엎드려 자라고 먼 대각선 방향으로 화홍문과 방화수류정도 있다.
언제든 조선의 뜰로 갈 수 있다. 내 지은 시조 읊어본다.
키 작은 반송 위에 혼자 있는 꽃다발/ 풍경이 돼 참 좋다 혹 속내는 어떤지/ 꽃등을 쓰다듬는데 향기만 뒤척인다(「장안문 공원에서」)
화홍문 시조창이 시내에 스며들어/ 가야금 비늘 조각 눈부심에 부서지다/ 가체 쓴 방화수류정 옛 그림자 낙하 중(「은반에 지다」)
선비는 팔작지붕 담담히 보고 있고/ 철쭉은 살금살금 물그림자 흘금흘금/ 잔디는 눈으로 찰칵찰칵 쉿, 날아갈라(「새가 된 모과꽃」)
계속 달리면 개성 있는 쇼윈도가 나오는데, 주기적으로 한 가지 색으로 통일된 원피스가 걸려 있다. 빨강 주황 초록 파랑 보라… 입고 싶은 것은 초록이다. 산 아래 광장까지 있는 행궁을 핸드폰으로 찍는데 누가 말한다.
“35년 만에 전부 복원되었대.”
신풍루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치른 봉수당이 멀리 보인다. 모든 축제는 여기에 다 모인다. 경기도립병원, 경찰서, 신풍 국민학교, 여성회관도 있었다. 수원 시립미술관 외벽에 노란색 간판은 제목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만 읽어도 빨리 가고 싶다.
왼쪽으로 돌면 새해맞이 타종식을 하는 여민각이다. 종로교회도 함께 있는 이 길은 정조대왕 능 행차 코스의 하나다. 한옥 팔달문화센터와 화성박물관 옆 수원천 멀리 또 화홍문이 보이고 누구나 벤치에 앉아 정조의 치세를 논할 때면 고개를 끄덕이는 버드나무. 통닭집 앞 매향교를 지나면 눈 소복 쌓인 풍경을 잊을 수가 없어 겨울이 그리워진다.
기차같이 긴 한옥으로 지어진 수원 영상센터를 지나 오르면 장수가 군사 훈련을 지휘하던 연무대, 그 맞은편 창룡문에서 날리는 연을 본다. 내가 지은 시조를 읊어본다.
오늬를 힘껏 차고 쏘아댄 화살촉은/ 과녁에 들거나 비껴가나 오직 찰나/ 찰나를 해금에 걸어 음률 강에 띄운다(「화살이 해금되면」
줄 끊어진 가오리 바다에 안착하면/ 고향 역에 닿은 것 나도 그러고 싶어/ 창룡문 풀밭에 누워 네 날개를 편다(「연」)
비구니 수행도량 봉녕사를 지나 성남으로 넘어갈 거라는 운전기사의 말을 끝으로 은빛 머릿결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평생학습관 강의실 「짧은 소설 긴 수다」을 찾아간다.
광교 가는 11번 버스도 평생학습관을 간다. 코스는 다르다. 역 앞에서 타면 매산시장, 걷다 보면 이웃이나 소꿉친구가 생각나고 어릴 적 엄마 등에 업혀 가던 옛 반도 소아과 의원을 찾아본다. 조금 올라가면 주유소 뒤로 공연이 열리던 마당 쪽을 본다. 지금의 건강식품을 팔고 노래도 하고 서커스도 하였다. 마루에 상청이 있던 마당 넓은 한옥은 세무서, 옆에는 독일 빵집이 있었는데 아이스바를 주문하면 하얀 접시에 담아 나왔다.
휙 돌면 이름이 예쁜 원앙 예식장, 그리고 저 멀리 경기도청은 시냇물 졸졸 흐르는 산 중턱에 자리 잡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성에 뒤지지 않는다. 구관은 근대 문화유산이다. 중앙침례교회다. 다 허물고 신축 중이다. 유치원을 대신한 여름 성경학교는 동산에 있는 동화 속 예배당이다.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해 아쉽다.
정류장 한 곳만 지나면 한복집이 나오는데 수원극장이었다. 당시 데이트 코스로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하는데 나만의 생각일까. 왼쪽으로 돈다. 아 팔달문! 어린아이부터 우리 집이었으면 하는 생각만 하다가 오르지 못했는데 한 번쯤 돌계단 밟고 올라가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좌측은 건물은 그대로 있지만 없어진 극장, 그러나 뒷골목에 중앙 극장이라는 고깃집이 있다. 가끔 꿈속 극장에서 선도 선생님을 만나지만 눈 뜨면 환갑이 지난 중학생, 웃음이 난다.
오른편으로는 여러 시장이 모여 있다. 팔달문 시장, 영동 시장이 있고 못골 종합시장, 지동 미나리광 시장, 지동시장은 붙어 있다.
다음은 왼쪽은 행궁, 오른쪽으로는 여민각, 이때 장안문에서 오는 700-2번 버스가 종로 교회를 끼고돌면 한 방향이다. 수원 사람 수원 버스를 타면 이야깃거리가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