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소리, 귀를 얻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박진철(수원)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조회수8

좋아요0

소리의 성(城)
대사습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천년의 소리,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거친 삶을 머금은 몸짓, 불꽃처럼 타오르면
성벽은 무너질 듯 흔들리고
귀는 칼을 간다

 

신명이 사방을 휘감고,
목울대 뚫고 꿈과 눈물로 벼려진 소리,
얼마나 세상 밖이 그리웠던가

 

한생을 걸어온 외로운 길,
핏빛으로 엮어진 소리 마디마디는
어두운 날들의 그림자를 베어 날린다

 

어느새
임방울*이 <쑥대머리>를 들고 다가와
아는 체한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문득 나도 모르게 소리에 올라탔다 
손은 허벅지를 중모리에 맞추고, 
어깨는 들썩이며 세상을 흔든다

 

오모가리 매운탕에
탁배기 한 사발,
목구멍을 넘는 순간
소리는 어느덧 자진모리로 달린다

 

추임새가 저절로 꼬리를 문다 
“얼씨구 좋다∼”

 

처음인 듯, 다시 만나는 듯 
흥에 휩싸인 소리의 전장,

 

수줍은 발림이 깨어나고, 
소리가 귀를 얻는다
*해방 전후의 국악인, 판소리 명창(1904-1961).

광고의 제목 광고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