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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당신과 나의 지쳐 있던 한때

한국문인협회 로고 박찬호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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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무개화차에 실려 새벽 연무는 왔다
그해 그 여름엔 그리 굵던 장맛비도
유난히 빨리 잦아들기 시작했다
망간이 되어 밤이 밝아지자
그곳에선 라벤더 향이 난다고 했다
오래 전 헤어진 연인과 같은 향이 난다고 했다
매 걸음걸음
그의 흔적이 배어 나온다고도 했다
그렇게 보랏빛 향이 필 즈음이면
난 항상 당신이 떠난 자리에 서 있곤 했다
오랜 노동에 지친 무개화차는 긴 한숨을
경적으로 내뿜고 마침내 아침은 오고야 말았다
오래 전 당신과 내가 손을 놓지 못하고
못내 아쉬워만 하던 그해 그 아침처럼 말이다
그해 그 여름을
마치 우리들 오랜 묵계처럼 그저 그렇게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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