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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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는
몸을 갉아 울음으로 빚고
풀잎은 잎새 끝끝마다 악기가 된다
바람은 그 빈 곳을 흔들며
다가올 날의 무게를 준비한다
기다림은 부재가 아니라
도래의 다른 이름
누구도 다다르지 않는 음표
밤은 그 울음을 빌려
더 짙고 깊어진다
아무도 듣지 못한 시간이
겹겹이 잠들어 있어
말하지 않아도
무게만으로 전해지는 고백
희뿌연 떨림은
달빛 거미줄에 걸려
흩날리는 별의 기척을 흔든다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스스로를 벼리다 남기는
투명한 각인
침묵의 숲은
너 하나로 흔들리고
그 작은 울음이 밤을 지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