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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미상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라희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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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것과 먼 것이 있을 뿐

 

예언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저것은 바다인가, 먹구름인가, 아니면 죽은 물고기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징후들이 수면 위를 떠다닌다

 

깊숙한 풀밭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어선다 
좀처럼 씻기지 않는 시취가 졸음을 몰고 온다 
플러그를 뽑아야지 -어둠이 버둥거린다 
이젠 아무도 돌보지 못할 금붕어
토끼들이 바다로 산으로 흘러가고,
제라늄의 창틀이 술렁인다

 

지금은 예언의 방식
애도의 밤이 막을 내린다

 

핏빛 유골이 소파에 깊숙이 파묻혀 있다 
한 모금의 물과 낡은 기타를 끌어안고 
웅크린 채 소외된 저 기형적인 저항, 
통로 없는 로드킬처럼
죽음이 눈을 뜬 채 가라앉는다

 

너는 수많은 세계를 목도하리라

 

시작과 끝
캄캄한 출구를 뒤돌아보면
노란 폴리스 라인 안에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잊을 수 없는 악몽을 꾸고, 질문을 던져도 
더 이상 문을 열 수 없는
두 손은 점점 가벼워질 것이다

 

그러나 제라늄은 다시 깨어날 것이다 
최면에 걸린 잠을 천천히 털어내며 
우리는 또 다른 예언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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