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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박판석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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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년 넘게 살아온 그의
서사시를 읽으려면
한 육십 년간 살아온 두뇌로는 짧다

 

어떤 것은 많이 마셔야 취하고
어떤 것은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세상의 술잔 앞에
한 생을 순간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과속이다

 

바닷물을 다 마셔봐야 짜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묻는 당신 
한 사람의 생을
살아생전 독파한다는 것 또한
과속이다

 

앞서가는 당신과 뒤따라가는 나
거울은 당신의 정면을 비춰주지만
뒤따라온 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읽을 수 있다

 

당신의 모습은 앞모습인가 뒷모습인가
양가성으로 세상은 흔들리고
당신이 나를 다 읽고 내가 당신을 읽어버렸을 때 
우리는 허공을 바라보며
클라이맥스를 읽고 책을 덮지 말게 해달라고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는다

 

당신은 거기 있을 때 아름다웠어
어차피 역행할 수 없는 길을 운명이라 부르며 
백미러는 가까이 다가오는 물체도 멀리 비춘다

 

60킬로로 가는 도로
80킬로로 달려온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찌이익!
순간 소나기가 내렸다
매지구름 한 점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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